車생산 年400만대 붕괴…'설마'가 현실이 됐다
결국…. 작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10년 만에 4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400만 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부품사가 도산하는 등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2019년 11월 6일자 A1, 3면 참조

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
車생산 年400만대 붕괴…'설마'가 현실이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95만 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추산된다고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1~11월 생산량은 361만3077대로 전년 동기(367만1773대)보다 1.6% 줄었다. 지난달 생산도 예년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자동차업체는 겨울 휴가를 맞아 공장 가동을 며칠 중단했고,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파업 때문에 수시로 라인을 세워야 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 대를 밑돈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51만 대) 이후 처음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중견 3사의 판매가 부진했고, 이들 업체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도 생산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였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완성차 5사의 판매 실적은 모두 2018년보다 줄었다. 르노삼성 판매량(내수·수출 합산)은 전년 대비 22.0% 줄어든 17만7450대에 그쳤다. 한국GM과 쌍용차의 판매량은 각각 9.9%, 6.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등 중견 3사는 2018년을 ‘최악의 해’라고 판단했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이보다 더 떨어졌다”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받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상황도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외 판매량은 442만2644대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내수는 전년 대비 2.9% 늘었지만, 수출은 4.8% 줄었다. 기아차 판매량은 2018년보다 1.5% 줄어든 277만693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량(719만3337대)이 720만 대를 밑돈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5.0%→3.5%)가 지난 1일부터 없어져 내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도 한동안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차·친환경차로 반등 노린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신차를 내놓고 친환경자동차 라인업을 강화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753만6000대로 정했다. 지난해 판매량보다 4.8%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73만2000대, 해외 시장에서 384만4000대를 팔겠다고 발표했다. 기아차는 내수 52만 대, 수출 244만 대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아반떼와 투싼 등의 전면변경 모델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 등을 내놓는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과 G80 완전변경 모델을 연내 공개한다. 기아차도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신차를 내놓는다. 현대·기아차는 쏘렌토와 투싼, 싼타페 등 주력 SUV 모델에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추가해 친환경차량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11개 순수 전기차 모델을 포함해 44개의 친환경차량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GM은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오는 16일 공개한다. 이 차량은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생산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