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임원석·무대 연설대 없애
직원들 "기업설명회 온 느낌"
미래 향한 비전·자신감 심어준 현대차그룹 정의선의 '소통 신년회'

“새해 아침에 떡국 드셨나요? 전 아침에 떡국, 점심에도 떡국을 먹었습니다. 저녁엔 된장국 끓여 먹었고요.”

약 1000명이 모인 강당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신년회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떡국 얘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현대차(132,500 -2.21%)그룹은 이날 행사의 이름부터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시무식이라고 불렀지만, 올해부터 신년회로 했다. 그룹 최고위 임원들이 무대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던 관행도 없앴다. 무대 위 연설대도 치웠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반 직원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순서가 되자 텅 빈 무대 위로 올라섰다. 떡국 얘기로 분위기를 띄운 뒤 자신이 정장을 입고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 복장을 보고 의아해하거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신년회가 끝나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하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야 해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제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객석에서는 한 차례 더 웃음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정 수석부회장 주도로 자율복장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신년사를 했다.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과 계획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일부 직원들은 “기업설명회(IR)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과 새로운 조직문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저부터 솔선수범해 여러분과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신년사를 끝낸 뒤 “옆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권하는 게 어떻겠나”고 제안했다. 강당에 있던 임직원이 새해 인사를 나눴고 일부는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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