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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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다시 한번 위기 대응 태세를 주문하고 나섰다. 온라인 성장에 따른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유통업) 부진이 더 심해질 것이란 위기 의식은 같았다. 대응책은 고객에 맞추는 적극적인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유통 대기업 집단은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강도 높은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불황 속 이커머스 중심 소비생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파격 쇄신인사와 조직 개편이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 방식과 경영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신 회장은 "오늘날과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잘하는 것 그 이상이 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임직원에게 신 회장은 네가지를 당부했다. 우선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주문했다. 소통을 통해 고객의 니즈(필요), 나아가 시대가 추구하는 바를 읽어내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존 사업구조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촉구했다. 공생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신 회장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회사를 굳건히 지탱해줄 핵심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사업구조는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디지털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촉구했다.

올해를 그룹의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성장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3대 경영방침으로 혁신적 사고와 실행을 바탕으로 한 성장전략 추진,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 변화, 공감과 협력의 조직문화 구축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기존 전략의 문제점을 보완,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고객의 불만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할 것을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 등 세 가지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2020년 신세계그룹의 모든 사업은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본질적인 ‘머스트 해브'(MUST-HAVE)’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경영이념인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고 관습을 타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고 정 부회장은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존재 이유"라며 "2020년에는 임직원 모두가 경영이념의 의미를 되새겨 고객의 불만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발굴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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