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감사 자격 기준을 ‘관련 업무 3년 이상 종사자’ 등으로 구체화한 이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1년부터 시행된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감사 후보자에 대한 다섯 가지 자격 기준이 제시됐다. △공인회계사·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3년 이상 해당 업무에 종사한 사람 △학교 내 감사 관련 분야에서 조교수 이상으로 3년 이상 재직한 사람 △상장법인 또는 연구기관에서 감사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공무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격이 있는 사람 등이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종전에는 공공기관 감사 자격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만 돼 있어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내려보낸 비전문가가 감사 자리를 꿰차는 일이 많았다. 최근 한국가스공사 상임 감사 후보로 내정된 남영주 씨가 대표적이다. 남씨는 경북대 철학과를 나온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때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구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남씨는 에너지 및 감사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음에도 가스공사 감사로 내정됐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비전문가가 감사를 맡는 사례가 많아 공공기관이 부실 경영을 해도 견제자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개정안이 통과하면 낙하산 인사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 임원이 파산선고 또는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당연퇴직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과 공공기관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