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 "혁신 걸림돌 없애 디지털금융 초격차"
농협은행이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관행이나 규제를 없애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든다. 미국, 영국을 시작으로 한국까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규제 샌드박스를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는 얘기다. ‘NH규제샌드박스위원회’라는 전담 조직도 꾸리기로 했다.

“디지털 우수 직원엔 파격 보상”

이대훈 농협은행장(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새로운 산업과 기술,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NH규제샌드박스위원회 운영 계획을 밝혔다.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보수적인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NH규제샌드박스위원회에 특례 신청을 하면 최대 10영업일 이내에 안건 상정 절차를 거친다. 이 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들이 심의를 통해 △현행 유지 △조건부 유예 △시험적 예외적용 △규제 폐지 등의 의사결정을 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 "혁신 걸림돌 없애 디지털금융 초격차"
이 행장은 경영 목표로 ‘디지털 금융 초(超)격차’를 꼽았다. 그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하고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 디지털 금융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새해엔 업무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분야에 투입하면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주업무로 하는 ‘올원 셀(cell)조직’도 신설했다. 이 행장은 “디지털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인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성과 보상을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원뱅크, NH스마트뱅킹 등 기존 플랫폼에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단순 ‘은행 앱(응용프로그램)’이나 ‘금융 앱’을 넘어설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며 “생활밀착형 특화 서비스와 통합결제 시스템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등 디지털 금융에서의 새 수익원도 만든다는 구상이다.

호주·홍콩지점 개설…WM 사업 도전

글로벌 사업도 중요 사업 과제로 꼽았다. 이 행장은 “해외 진출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2020년에는 호주 시드니지점과 홍콩지점을 개설하는 등 해외 사업기지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할 국가는 6개국이다. 중국 베이징사무소, 베트남 호찌민사무소, 인도 뉴델리사무소는 지점으로 확대 전환하고 미얀마 양곤에도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이 행장은 “해외 사업은 아시아핵심벨트(베트남·미얀마·중국·인도), 선진금융시장(미국·홍콩·호주·유럽), 차세대 미래시장(캄보디아) 등 세 개 축으로 구분해 권역별 특성에 맞게 기반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농업국가를 중심으로 농협은행의 강점인 농협금융 노하우를 발휘하면 승산이 크다고 본다”며 “농기계 금융사업 등 특화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접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WM) 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한 WM 전문조직을 출범한다. 이 행장은 “그동안 서민금융 이미지가 강해 WM 분야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며 “WM 인력을 확충하고 영업 채널을 확대해 WM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지역에 WM 특화점포를 시범 도입해 새 개인종합자산관리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내년 경영전략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시원예구(視遠豫具)’를 꼽았다. 미래를 대비해 멀리 내다보고 준비한다는 뜻이다. 순이익 목표는 1조5050억원으로 잡았다.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 올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내년 경영환경을 감안해 순이익을 낮춰잡은 것과 다른 행보다. 이 행장은 “꾸준히 수익을 올리면서 ‘성공 경험’을 직원 모두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