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려끼쳐 죄송…조원태가 사죄했고 이명희가 수용했다"
가족 갈등 봉합으로 보기엔 일러…갈등 요소 여전


'남매의 난'에서 '모자의 난'으로까지 번진 한진 총수 일가의 갈등과 관련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일단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서로 부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힘 겨루기가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고문과 조 회장은 30일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명희·조원태, 공동 사과문 "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앞서 조 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조 회장은 이날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이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기'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목소리를 높이며 이 고문과 말다툼을 벌이던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깨지고 이 고문 등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이명희·조원태, 공동 사과문 "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일단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자 간 갈등이 지난 28일 외부로 알려진 지 불과 이틀만에 나온 이날 공동 입장문에도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 총수 일가 내부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수 일가 내부의 물리적 다툼이 외부로 공개된 것 자체가 지극히 이례적인 데다 이미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누적됐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편으로 알려졌던 조 전무 역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주총에서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조 회장에게 통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고문과 세 남매 모두 상속세 납부의 부담이 있지만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의 경우 이를 마련할 재원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이번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볼 수 있듯 조 회장이 어머니와 조 전 부사장의 측근을 몰아내고 사실상 자신의 사람들로 세대교체를 해 놓은 상황에서 여전히 갈등 요소는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모자 간의 갈등을 외부로 공개한 것이 이 고문 측이라는 얘기가 나오며 이 고문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조 전 부사장이나 이 고문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만큼 당분간 다툼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명희·조원태, 공동 사과문 "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