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라임 펀드환매 중단…사모펀드 악재 잇따라

올해 금융투자업계는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등 수익을 올릴 활로를 개척하는 데 집중했다.

또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등 연이은 사건·사고에 휘청거리며 업계를 뒤흔들었다.

[아듀 2019증시] 박스권 증시에 IB가 증권사 '효자'
◇ 박스권 갇힌 증시…증권사 새 먹거리로 IB 부상
올해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국내 기업 실적 둔화, 수출 부진 등 악재를 겪으며 박스권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코스피는 7.99% 오르고 코스닥은 2.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2.8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9.25%), 나스닥지수(35.74%)와 일본 닛케이225지수(19.1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0.50%) 등 해외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8월 초에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미중 갈등 격화 등에 코스피가 201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런 부진 속에서 증권업계는 실적에 버팀목이 될 새로운 먹거리에 집중하며 수익 구조 다각화에 힘썼다.

특히 증권 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자산운용(트레이딩) 대신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IB가 돌파구로 떠올랐다.

IB는 증권사들이 기업을 상대로 상장(IPO) 주선, 인수합병(M&A), 금융자문, 신용공여 등 서비스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이다.

한국신용평가 분석 결과 국내 26개 증권사의 영업 순수익(영업수익에서 판관비 외의 영업비용을 뺀 금액)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 후반대에서 올해 상반기 말 35%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 일부 대형 증권사는 전체 영업이익에서 IB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각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재무제표 기준 IB 부문 영업이익은 2천498억원으로, 트레이딩(2천373억원)을 누르고 전체 영업이익(5천753억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컸다.

이익 비중은 41% 정도다.

KB증권도 3분기 누적 기준 IB 부문 영업이익이 1천204억원으로 트레이딩(952억원)과 위탁·자산관리(70억원)를 압도했다.

전체 영업이익(2천93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가량이다.

수익 다변화에 힘입어 증권사들은 부진한 증시 흐름에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6곳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8천36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조6천541억원)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기간 수탁 수수료 수익은 3조6천590억원에서 2조6천71억원으로 28.7% 줄었으나, 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1조9천546억원에서 2조4천70억원으로 23.1% 늘며 증권사 실적을 뒷받침했다.

[아듀 2019증시] 박스권 증시에 IB가 증권사 '효자'
◇ 급성장 사모펀드 시장에 경고음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고수익을 내세워 가파르게 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에서 올해 악재가 잇따르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8월부터 독일과 영국 등 해외 금리에 연계된 사모펀드 상품인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졌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담은 DLF는 원금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인데도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위험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일부 판매사는 올해 들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손실 가능성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도 계속 DLF 상품을 판매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은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는 투자 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유동성 문제로 일부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상환·환매 연기 대상 펀드 규모는 최대 1조5천587억원이다.

해당 펀드에는 주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자산이 편입됐다.

그런데 코스닥시장 약세로 많은 메자닌 자산을 주식으로 전환해 현금화하기 어려워지면서 환매 중단 사태를 맞았다.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 30여곳이 환매 중단 대상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주요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라임자산운용은 고수익을 제시하며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결국 발목이 잡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됐다.

저금리 기조에 해외 대체투자가 주목받으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판매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KB증권이 팔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는 현지 대출 차주의 계약 위반으로 가입자 피해가 우려돼 지난 9월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3천264억원 규모가 팔린 상품으로 이 가운데 2천억여원은 현금 회수 절차를 마쳤다.

나머지 투자금에 대해서는 호주 법령에 따라 자산동결을 하거나 대출 차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처럼 사모펀드 시장에서 연이어 경고음이 울리자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던 금융당국도 한발 물러섰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는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 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사실상 공모펀드가 규제를 피하려고 형식상 사모펀드로 설계되는 시도를 차단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