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김도진 은행장, 임상현 전무.(사진=IBK기업은행)
(사진 왼쪽부터) 김도진 은행장, 임상현 전무.(사진=IBK기업은행)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당분간 기업은행은 임상현 전무가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게 된다. 차기 은행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임식을 하고 3년 임기를 마쳤다. 그는 이임사를 통해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역사적 진전과 도약을 이뤄냈다"며 "100년 IBK를 향한 글로벌·디지털 기반을 구축했고 이제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서의 위상도 갖췄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향해 과감하게 상승하고 원대한 꿈을 꾸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며 "늘 해오던 방식 버릴 줄 알고 '왜?'라는 의문 갖는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IBK는 위태로움을 딛고 끊임없이 성장해왔고 지금까지 우리가 넘지 못한 어려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며 "IBK는 최고의 배움터이자 행복이었고 자부심이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항상 IBK인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전략기획부장, 카드마케팅부장, 기업금융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14년부터 경영전략그룹장을 맡아왔다.

2016년 12월 제25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그는 역대 네 번째 내부 출신 인사로 23대 조준희 전 행장, 24대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 은행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모든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임 초의 약속을 지켰다. 김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장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업점을 찾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는 11월 군산산단지점을 마지막으로 국내외 691개 모든 점포를 방문했다.

김 행장은 창업기업 성공을 지원하는 성장금융, 기업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재도약금융,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출입을 지원하는 선순환금융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동반자금융'을 강조했다. 또 취임 초부터 글로벌 사업 확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IBK아시아금융벨트' 구축을 추진해왔다. 지난 9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를 통해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출범시켰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캄보디아에서는 프놈펜지점을 개점했다.

차기 행장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28일부터 임상현 전무가 행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2010년에도 윤용로 행장이 후임 없이 퇴임하자 당시 조준희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조준희 전무는 이후 후임 행장이 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시중 은행과 달리 행장 선임에 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과 청와대의 검증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현재 차기 기업은행장으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 전 수석은 행시 21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예산실, 재정기획실, 재정운용실을 거쳐 지난 2007년 기획예산처 차관을 맡았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금융권에 종사한 이력이 없는 반 전 수석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당선된 금융노조도 첫 사명으로 기업은행지부와 함께 낙하산 행장 임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청와대가 반 전 수석의 임명을 강행할 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차기 행장 후보로 내부 인사가 떠오르고 있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내부 인사로는 임 전무를 비롯해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등이다.

은행장 선임이 미뤄지면서 기업은행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정체되고 있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의 임기가 각각 지난 14일과 3일, 12일로 끝났지만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아 한시적으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계열사는 후임자 선정 전까지 현 CEO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