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로 부상한 배경엔 최소 750억달러(약 87조1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웨이는 이 덕분에 경쟁사인 에릭슨, 노키아 등보다 30% 이상 싼값에 장비를 팔아 시장을 석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금융회사의 신용 제공, 세금 감면, 토지 서류 등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정부의 산업 육성은 세계 각국에서 일반적이지만, 25년 이상 이어진 세금 면제 등 화웨이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둘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지원 액수 중 460억달러는 금융 지원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중국수출입은행(EIBC) 등으로부터 300억달러 규모의 신용 한도를 제공받았다. 또 수출금융과 대출 등으로 150억달러가량을 쓸 수 있었다.

기술 개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2008~2018년 약 250억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고, 2014~2018년에는 1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화웨이가 밝힌 2014~2018년 5년간 받은 보조금 16억달러는 통신장비 업계 2위인 노키아가 핀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비슷한 보조금의 17배에 달한다.

WSJ는 화웨이에 대한 지원이 양으로 잴 수 없는 부분에서도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1999년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 정부는 세금 탈루 혐의를 받던 화웨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개입했다. 리쯔빈 선전 시장이 당시 우방궈 부총리를 찾아가 화웨이 측의 어려움을 설명한 것이다. 그로부터 몇 주 뒤 화웨이 문제는 깨끗이 무마됐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의 해외 진출도 도왔다. 2009년 파키스탄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감시시스템을 설치할 때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선택한다는 조건으로 20년간 연 3% 금리로 1247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화웨이는 입찰 없이 공사를 따냈다.

WSJ의 보도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미 정부 시각을 뒷받침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관계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당초 화웨이 제재 문제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외됐다.

미 정치권에선 화웨이 문제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만큼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협상 때 지렛대로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번 합의에서 뺐다고 보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