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활력 회복" 정부, 해외마케팅·무역금융 등 정책적 지원 총력

내년 한국 수출은 2019년 부진했던 반도체와 자동차가 다시 상승기류를 타면서 1분기 중 플러스로 반등할 전망이다.

하지만 플러스로 전환한다고 해도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올해의 기저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어서 한국 수출이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한국의 수출 활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 해외마케팅이나 무역금융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20전망] 수출 플러스 반등 기대…통상환경 불확실성은 여전
◇ 내년 수출 '플러스' 전환 예상…"반도체·車 회복"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요 무역 관련 기관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수출은 오랜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고 1분기 중 플러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1일 1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미중 스몰딜(부분합의) 가능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시한 연기 등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반도체 가격 회복, 수주 선박의 인도 본격화 등이 뒷받침될 경우 내년 1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 관련 기관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을 3%대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8일 내놓은 '2019년 수출입 평가 및 2020년 전망'에서 내년 수출액은 약 5천610억달러로, 올해보다 3.3% 증가하겠다고 예측했다.

수입도 3.2% 늘어난 5천220억달러에 달하면서 전체 무역 규모는 1조83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코트라(KOTRA)는 18일 발표한 '2020년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수출 전망'에서 내년 한국 수출은 올해보다 3%가량 증가하며 5천500억달러를 웃돌겠다고 전망했다.

[2020전망] 수출 플러스 반등 기대…통상환경 불확실성은 여전
품목별로는 올해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는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반도체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재고 정상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회복,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 확대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돼 올해보다 수출이 10%가량 늘어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차부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점쳐졌다.

코트라는 내년 중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나 중동·유럽·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같은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 일반기계, 선박류, 반도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일본(-1.4%)을 제외한 북미, 중국, 신시장 등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늘겠다고 봤다.

코트라의 분석을 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 부진했던 대(對)중국 수출(2.1%)이 소폭 개선되고 유럽(5.7%)과 북미(4.2%) 등 주요 시장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5%), 인도(8.1%), 중남미(1.1%), 중동(3.1%), 독립국가연합(CIS·2.9%), 아프리카(6.4%) 등 신시장 수출이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액정표시장치(LCD) 판매단가 하락이 이를 상쇄하면서 수출이 8.4% 줄어들겠다고 예측했다.

철강은 미국과 EU의 수입 규제, 무선통신기기는 해외생산 확대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 수출활력 되살린다…모든 정책적 역량 투입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해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한 한국 수출을 내년에는 반드시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중 무역금융과 수출마케팅 관련 부분을 대폭 확충했다.

[2020전망] 수출 플러스 반등 기대…통상환경 불확실성은 여전
또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급증하는 통상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증액했다.

무역금융은 올해 350억원에서 내년 2천960억원으로 8.5배, 통상 분쟁 대응 예산은 92억원에서 234억원으로 2.5배 늘었다.

무역 관련 기관들은 수출 지원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코트라 권평오 사장은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글로벌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사업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수출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수출 지원 대상 기업 수는 2만개에서 3만개로 확대한다.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수출기업 수를 올해 9만8천개에서 내년 10만개 이상, 중소·중견기업 평균 수출액은 202만달러에서 220만달러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무역보험공사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손잡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견·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부터 해외판로 개척, 수출이행자금 조달, 수출위험 관리까지 일괄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통상환경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이달 미국과 중국은 무역분쟁을 시작한 지 15개월 만에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추가 관세 부과나 관세율 인상으로 갈수록 격화되던 미중 무역전쟁이 부분합의로 일단 확전을 피하고 최종 합의로 가기 위한 중간지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최대 통상 부문 악재 중 하나였던 한일 수출갈등도 화해 양상을 보인다.

[2020전망] 수출 플러스 반등 기대…통상환경 불확실성은 여전
7월 4일 일본의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양국이 대응 조치를 주고받으며 극으로 치닫던 한일 수출갈등은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양국이 대화의 장을 가지기로 하면서 전환 국면을 맞았다.

한일 통상당국은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3년 6개월 만에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가졌고 22일에는 양국 통상장관이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10여분간 환담을 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 방식을 개별허가보다 한단계 완화된 특정포괄허가로 바꾸었다.

한일 정상은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고, 아베 총리는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 풀어나가자"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으나 통상당국 간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계속 모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