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7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연속 불참 통보를 한 것이다. 주요 기업인과 정·관계 인사가 모여 새해 각오를 다지는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이번에도 ‘김빠진’ 잔치가 될 전망이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연다. 주요 기업인을 비롯해 정치인, 고위관료, 주한 외교사절단 등이 참석해 새해 인사를 하고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 행사는 역대 대통령이 거의 매년 참석해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기업인과 소통하며 사기를 북돋워왔다.

경제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내년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 첫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이어 내리 3년째 불참이다. 대통령이 특정 단체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청와대 시무식 때 각계 인사를 초청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을 대한상의 측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196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시작된 뒤 57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사례는 드물다.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1984년(전두환 대통령), 2007년(노무현 대통령), 2017년(박근혜 대통령) 등 세 차례뿐이다. 대통령이 임기 첫 신년인사회에 이어 3년 연속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년 행사엔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초 경제계를 챙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부임 이후 매년 게이단렌,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경제 3단체 주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섭섭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침체가 오래 이어지면서 대통령이 경제계와의 소통을 확대해나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통령이 기업인과 손을 맞잡고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이른바 재벌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계속 두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 행사엔 10대 그룹 총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참석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