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겨우 사흘 남았는데…기업은행장 인사 '안갯속'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차기 행장 후보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김 행장의 임기는 오는 27일까지다. 딱 사흘 남았다. 지금까지는 기존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 10~20일 전에는 차기 내정자가 정해졌다.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63)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조 반발이 커지면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 전 수석은 행정고시 21회로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초기 일자리수석을 맡았다. 한 은행권 인사는 “금융위원회가 반 전 수석을 포함한 후보 3명을 올렸지만 청와대가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가 늦춰지면서 금융권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당선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낙하산 저지’를 내세웠다. 박 위원장은 “반 전 수석은 금융·은행전문가와 거리가 멀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확인된 바 없다”며 “임명을 강행하면 집권 여당과의 정책 협약 파기는 물론 모든 정치적 지지와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융권의 ‘낙하산 문화’를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외부 출신이 수장이 되면 경영의 연속성이 훼손되고 내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던 과거를 대부분의 은행이 경험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준희 행장부터 권선주,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행장’ 전통을 이어 온 기업은행으로서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내년 전망이 어두운 것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원인이다.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호실적을 올렸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내년은 다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마저 둔화 국면이다. 중소기업·소호 여신 비중이 큰 기업은행은 경기가 악화될 경우 다른 은행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대손충당금을 평년보다 많이 쌓으면서 자산 건전성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위기를 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가 온다고 하니 시대를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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