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A사 직원들은 올초 성과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너도나도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던 작년 초와 너무 달랐다. 대놓고 불만을 드러낼 순 없었다. 성과급은 직전 연도 실적을 근거로 지급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약 96% 급감했다.

퇴직금에 성과급을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성과급도 임금”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가 인정받으려면 성과급이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제계에선 성과급은 임금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매년 변하는 ‘실적’에 근거해 성과급 규모가 바뀌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차 한 대 값’을 받는 해도 있지만 손가락만 빨 때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좋은 사례다. 삼성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원칙에 따라 2000년부터 조직 실적에 기초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OPI(초과이익분배금)가 대표적이다. 직전 연도 사업부 실적을 기준으로 매년 1월 말~2월 초 ‘작년 연봉’의 최대 50%(일반 직원 기준)를 지급한다.

사업 성적에 따라 매년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2018년 44조원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초 DS부문 직원들은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내년엔 OPI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 8월 OPI 예상치를 공지하며 DS부문 예상 범위로 ‘22~30%’를 제시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13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들게 되자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판례를 보면 성과급은 ‘불확실한 사실’에 따라 좌우되는 ‘확정되지 않은 금품’으로 정의된다”며 “민간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인 ‘실적’에 근거해 성과급을 줄 수도 있고 지급을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