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가 지난 16~20일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 등을 논의했다. 올해 전략회의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그동안 전략회의에 참석하면 다 같이 목표를 이뤄보자며 의지를 불태웠는데 올해는 침체된 분위기로 끝났다”고 전했다.

첫 번째 이유는 매년 12월 초 마무리된 정기인사 및 조직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전략회의가 열려서다. 국정농단 사태가 있었던 2016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주요 경영진과 신규 법인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 내년 사업 계획을 짜는 게 합리적이지만 올해는 인사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한 참석자는 “조직은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지만 교체될 법인장이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2주 새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재판에서 삼성전자 임원 5명이 구속되면서 조직은 사실상 ‘쇼크’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이 구속된 데 대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의장이 구속된 것은 국가로 치면 국회의장이 구속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사는 물론 내년 사업계획 확정도 자연스럽게 늦어져 올해 숙제를 내년으로 미루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략회의에선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를 점검하고 시스템 반도체 투자 현황 등도 공유했다. 모바일 부문에선 내년 초 나올 새로운 폴더블폰 판매 전략과 중국 시장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