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최대 투자社 회장의 경고 "정부가 대기업 몫 빼앗아 나눠주자는 나라는 침몰"
“정부가 ‘대기업의 몫을 빼앗아 나눠주자’는 식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그 나라는 침몰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 최대 투자사인 EQT파트너스의 토마스 반 코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사진)의 조언이다. 코치 회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사회주의 성향이 강하던 스웨덴에서도 (지금은) 성장과 번영을 먼저 생각한 뒤 분배를 논의해야 한다는 데 기업과 정부가 의견을 같이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고 성장이 멈춘다면 분배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날 내놓은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가속화’를 중점 과제로 내세웠다. 스웨덴은 사회적 경제의 모델 국가로 꼽힌다.

코치 회장은 “스웨덴도 한국과 비슷하게 산업 관련 규제가 엄격하고 보수적이지만 정부와 기업이 끊임없이 대화하며 문제점을 풀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이 가깝다는 건 서로 존중하며 소통한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기업 경영에 절대 간섭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이끄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마르쿠스 발렌베리 발렌베리그룹 회장 등과 함께 방한했다. EQT파트너스는 발렌베리그룹 산하 투자사다. 코치 회장은 이 회사 창립멤버로 총괄회장까지 지낸 뒤 아·태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에 '징벌적 과세' 했다가 경제위기 맞아"

스웨덴 최대 투자社 회장의 경고 "정부가 대기업 몫 빼앗아 나눠주자는 나라는 침몰"
토마스 반 코치 EQT파트너스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사진)은 “스웨덴이 지금처럼 경제 성장에 무게를 두는 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 경제 위기를 맞았지만 조세·노동·규제 분야의 전방위 개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은 1980년대 50%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했다. 현 법인세율은 한국보다 낮은 21.4%다.

코치 회장은 “스웨덴에선 한때 정치인들이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비난하며 (일부 법인 관련 항목) 세율을 최고 100%까지 올렸고 이후 경제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한 뒤 깨달은 건 기업 세율을 올려 경제가 침체하면 정부 세수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법인세를 높이고 기업의 활력을 누르면 국경을 넘어 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겁니다.”

스웨덴의 정치권과 기업이 ‘정경유착’ 논란 없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투명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치 회장은 “스웨덴은 사회가 투명해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기업인과 정치인이 거리낌 없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의 모델 국가로 통한다. 코치 회장은 “사회 복지 가운데서도 교육과 기회 균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난하지만 재능이 있고 똑똑한 사람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치주의 확립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 투자하고 보니 중국은 권력에 의해 법 집행이 좌지우지되는 탓에 아무리 강력한 법률을 만들어도 지키는 사람이 적다”며 “반면 스웨덴에선 법을 어기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여겨 처벌이 약하고 감옥 생활이 편한데도 법을 어기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 수익과 효율성에만 가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코치 회장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가 정신과 경쟁의 자유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사회적 가치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일자리’다. 코치 회장은 “EQT파트너스가 과거 인수한 기업들은 고용을 매년 10%씩 늘렸다”며 “미국 사모펀드(PEF)와 달리 자본 재조달이나 배당 등으로 인수 기업에서 돈을 빼내지 않고 재투자한 결과”라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