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올해 예상치보다 0.4%포인트 높은 2.4%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내년 중 민간과 공공분야에서 100조원 안팎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집행키로 했다. 그러나 기업 투자를 막는 핵심 요인인 노동·환경 규제완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4년차로 접어든 문재인 정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장기 체질 개선보다는 단기 부양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 회복세와 반도체 업황 개선을 근거로 △경제성장률 2.4%(올해 예상치 2.0%) △취업자 증가 25만명(28만명) △소비자물가 상승률 1.0%(0.4%) △경상수지 595억달러(580억달러)로 제시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폭이 올해(5만6000명)보다 내년(23만1000명)이 훨씬 큰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에도 고용률은 66.8%에서 67.1%로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 경기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에 총력 매진키로 했다. 민간(25조원), 민자사업(15조원) 공공기관(60조원)을 합쳐 10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내년에 발굴하고 집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올해 투자성과 예상치 80조원(민간 14조원·민자 11조원·공공 55조원)보다 20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 확대 시행 여파로 공장 신설 여부가 불투명해진 에쓰오일 울산 석유화학공장 프로젝트(사업규모 7조원)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이 지역 배출허용총량을 늘려주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신·증설 자금을 4조5000억원 한도내에서 최저 연 1.5% 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내수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 데이’로 불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중 하루를 정해 당일 구매한 내구재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환급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여행 숙박비를 신용카드로 긁으면 100만원 한도내에서 사용금액의 30%를 소득공제해주는 방안도 담았다.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면 구매금액 일부를 돌려주고, 내년 상반기중 10년 이상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하면 개별소비세를 70% 깎아준다. 인천국제공항에만 있는 입국장 면세점을 김포공항 등으로 확대하고 담배 판매도 허용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알맹이’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국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각종 노동규제와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이 없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부터 수시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123페이지짜리 자료집에 담긴 대책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을 위한 점진적 방안 검토 및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감대 확산’ 정도였다. 규제완화도 기업들이 느끼는 ‘대못 규제’인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등록법 등은 외면한 채 파급력이 작은 규제만 풀었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정부 스스로 내년 경제의 성패가 민간투자에 달렸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핵심 규제는 내버려 뒀다”며 “경제체력을 보강하는 중장기 대책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올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