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소비 둔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경기 침체와 가계의 소득 악화를 꼽고 있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수준이 하락한 점이 소비 둔화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과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셈이다.

물가만큼도 안 오른 가계 처분가능소득…맘대로 '쓸 돈'도 없다

24일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4729만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 낮은 증가폭이다. 가계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실질적으로는 전년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영업자 소득(6375만원)은 전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쳐 전체 평균(2.1%)에 크게 못 미쳤다. 전체 가계의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은 5.3% 감소했다. 소득이 쪼그라든 이들이 소비를 줄이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 매출이 감소하면서 가계 소득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꼭 필요한 돈을 친족에게 빌려 쓰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친족 간 병원비 지원이나 가전제품 구입비 지원과 같은 ‘가구 간 이전지출’(151만원)은 전년 대비 20.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부금(비영리단체 이전지출) 지출은 전년보다 5.6%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를 비롯한 각종 지출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 침체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