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제공
사진=제주항공 제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매물로 나와 있던 이스타항공을 택한 것이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5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업계 재편에 이목이 쏠린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지분 51% 인수…예상가 695억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인수가 마무리되면 공동 경영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인수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지분 51.17%)로 예상 인수가는 약 695억원이다. 구주를 인수한 후 추후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주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실사를 진행한 후 31일 SPA를 체결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우선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지급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 배경에 대해 항공사 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합병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항공업계 시장 재편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은 LCC 업계 경쟁 심화 속 일본여행 자제운동과 환율 상승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며 대주주가 매각에 나선 상황이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매각을 먼저 제안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새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 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국내외 항공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양사가 뜻을 같이하게 됐다"며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서 최대주주인 제주항공과 공동경영 체제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이스타 항공 국제선 점유율 20% 육박…LCC 업계 재편 전망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양해각서(사진=한국경제 DB)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양해각서(사진=한국경제 DB)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을 품으면 업계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항공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갖춘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 계열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에 이어 3위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빅2'와 LCC 업계 간 구도에서 '빅3'와 LCC 구도로 재편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안게 되면 양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게 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올해 3분기 국제선 여객 점유율(국토교통부 기준·외국항공사 제외)는 19.5%다. 대한항공(33.4%·진에어 포함 시 41.3%)과 아시아나항공(23%·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 시 31.3%)에 이은 지위를 한층 공고히 하는 것이다.

국내선에서는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선 여객 점유율(국토교통부 기준 외국항공사 제외)의 경우 제주항공(15.1%)과 이스타항공(9.7%)의 합산 점유율은 24.8%로 대한항공(23.6%), 아시아나항공(19.1%)를 웃돈다.

또한 LCC 업계의 업계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플라이강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곳의 신규 LCC들이 들어서면 총 9개의 국내 LCC가 경쟁하게 된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큰 중국과 일본의 LCC가 각각 6개, 8개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류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M&A)과 합종연횡으로 '3대 항공사+ LCC'로 재편된 바 있다"며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공급 과잉 구조가 나타난 만큼 향후 수요 둔화가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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