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집단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강도 높은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불황 속 e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생활이 재편되면서 각 기업이 위기 대응을 위해 대규모 인사에 나선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 14곳 중 7곳의 대표가 교체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인사를 오는 19일 각 사별 이사회를 열고 단행한다.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등 롯데의 4개 BU(사업부문)장 중 유통에 속한 부분에서 2명이 바뀐다. 유통BU장에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호텔&서비스BU장에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내정됐다.

강 신임 유통BU장이 떠난 롯데백화점 대표로는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이 내정됐다.

이와 함께 롯데슈퍼·코리아세븐·롯데멤버스·롯데e커머스·롯데롭스 등 유통 계열사 대표가 교체된다. 롯데슈퍼 대표는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가 내정됐고, 롯데e커머스 대표는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가 맡는다. 코리아세븐 대표에는 최경호 상무가 내정됐다. 롯데롭스 대표는 홍성호 롯데백화점 전무(영남지역장)가 담당한다.

호텔과 식품 부문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롯데호텔은 이 회사 김현식 해외운영본부장(전무)을 대표로 내정했다. 롯데주류의 경우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롯데주류까지 총괄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인사와 함께 임원도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체 임원의 4분의 1 수준이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에 이어 롯데그룹도 대거 CEO 교체에 나선 것이다.

유통가 쇄신 인사의 시작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부문이었다.

매년 12월 초에 이뤄지던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긴 10월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섰다.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의 새 수장이 됐다. 파격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뒤이어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달 세대교체를 골자로 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백화점 수장에 선임된 김형종 한섬 사장을 비롯해 1960년대생 김민덕·윤기철 대표이사가 한섬, 현대리바트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보다 2주 가량 빨리 단행한 인사로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현대렌탈케어 대표가 물러났다.

한 유통업계 관게자는 "올해 보수적인 유통 대기업집단에서도 대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며 "e커머스 공세와 불황의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낸 유통가에서 쇄신과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대거 대표이사들이 물갈이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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