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로 올린 지 1년 만에 다시 4.0%로 올리기로 했다. 서울 반포동이나 대치동에 전용면적 84㎡(30평형대)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면 지금보다 45% 인상된 270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금까지 올라감에 따라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종부세 납부자가 서울에만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포 아크로·대치 은마 2주택자, 종부세 1918만원→2782만원
최고 4.0% 중과

정부는 16일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구간별로 0.1∼0.3%포인트 올려 최고 3.0%를 만들기로 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0.2∼0.8%포인트 인상해 최고 4.0%로 올린다.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주택에 부과되는 세율은 0.6%, 3억∼6억원은 0.8%로 0.1%포인트씩 인상된다. 6억∼12억원은 1.2%, 12억∼50억원은 1.6%로 0.2%포인트씩 세율이 오른다.

과표 50억∼94억원은 현행 2.0%에서 2.2%로 인상되고 과표 94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현행 2.7%에서 3.0%로 상향 조정된다.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은 더욱 강화된다. 과표 3억원 이하 주택에 부과되는 세율은 0.8%로 0.2%포인트, 3억∼6억원은 1.2%로 0.3%포인트 인상된다. 6억∼12억원은 1.6%로 0.3%포인트, 12억∼50억원은 2.0%로 0.2%포인트, 50억∼94억원은 3.0%로 0.5%포인트 각각 올린다.

과표 94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4.0%로 현행 최고세율보다 0.8%포인트 높아져 노무현 정부 당시 최고세율(3.0%)을 한참 뛰어넘게 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도 납기분 종부세부터 바뀐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증세에만 혈안” 비판론도

정부가 이날 내놓은 종부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공시가격 20억원(시가 26억7000만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3주택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종부세가 1036만원에서 1378만원으로 342만원 오른다. 재산세(417만원)까지 더하면 보유세 부담은 1795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날 신한은행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어느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종부세가 큰 폭으로 뛰었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99㎡·공시가 17억3600만원)와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공시가 11억2000만원)를 보유한 A씨의 경우 종부세가 1918만6102원에서 2782만8255원으로 45%(864만2152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종부세율 추가 인상안을 내놓자 집을 한 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지역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은 올해 급증한 종부세의 납부기한이 끝나는 날이어서 일선 세무서마다 항의가 더욱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의 한 세무사는 “납부기한이 지나면 가산세가 붙기 때문에 종부세 관련 문의가 집중됐다”며 “주택을 한 채만 갖고 있는데 세금이 왜 급증했느냐는 항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가구는 작년 대비 27.7%, 종부세액은 58.3% 급증했다. 내년엔 종부세 납부 의무자가 서울을 중심으로 80만~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양도소득세,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거주 주택을 매각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은퇴자들을 코너에 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은퇴자는 “정부가 살던 집을 팔고 이사 가라는 식인데 주택을 매도해도 세금을 떼면 남는 게 없어 집을 그냥 줄여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태훈/조재길/정소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