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1년…5兆 넘게 퍼붓고도 건보 보장률 '찔끔 상승'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의 첫 번째 성적표가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이 적자를 감내하며 돈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폭이 박근혜 정부 당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배 많은 돈 쏟아붓고도…

건강보험공단은 16일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인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62.7%에서 63.8%로 1.1%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다. 보장률은 국민이 지출한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한 금액 비중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100원을 의료비로 썼다면 이 중 63.8원은 건강보험이 내줬다는 뜻이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대학병원 선택진료비와 복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촬영, 2~3인실 병실 비용까지 급여화(건강보험 지원)하며 나타난 결과다. 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만 2조4000억원을 추가 부담했다. 그 결과 2018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전년보다 5조24억원 늘어난 62조2937억원으로 총수입(62조1159억원)을 넘어섰다. 8년간 흑자를 기록한 건보 재정수지는 1778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 시행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4년 암과 심장·뇌·희귀난치질환의 진료 및 치료, 간호 등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비중을 높이며 건강보험 보장률을 62.0%에서 63.2%로 1.2%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추가 비용을 포함해 2014년 건보 지출 증가액은 2조3868억원으로 지난해(5조24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시 재정 수지도 4조5869억원 흑자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재정의 효율적 운용 및 건전성 강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문재인 케어' 1년…5兆 넘게 퍼붓고도 건보 보장률 '찔끔 상승'
실손보험 풍선효과 등의 영향

이날 건강보험공단 발표에서는 대학병원 쏠림 현상과 실손보험으로 의료비 풍선효과 발생 등 문재인 케어의 고질적인 문제도 나타났다. 병원 규모에 따라 보장률 등락을 취합한 결과 종합병원 이상은 67.1%로 2.7%포인트 보장률이 높아졌지만 의원급에서는 2.4%포인트 떨어져 57.9%에 머물렀다.

선택진료비와 MRI 등 대부분의 문재인 케어 혜택을 대학병원이 보면서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이용할수록 비용 지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대학병원 이용을 통해 줄인 의료비를 의원급 병원에서 비급여(건강보험 비지원) 진료를 받는 데 썼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도수치료, 영양주사 등의 시술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고스란히 실손보험사의 부담 증가로 연결돼 내년 두 자릿수 실손보험료 인상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화 확대에 돈을 쏟아부어도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한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보장률 상승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모수가 되는 개인 진료비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영양주사 등을 보장률 조사에서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임기 내 보장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목표 자체가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매년 새로운 수술 기법과 바이오 신약 등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건강보험의 급여 비중 확대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투자하는 돈에 비해 효용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국민의 부담이 높은 질환을 특정해 보장한 지난 정부의 접근이 더 타당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정책인 만큼 복지부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한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장률 70%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를 잘 밟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