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 기린 조문행렬

손경식 회장·정의선 수석부회장·최태원 회장 등 추모 발길
“워낙 현장을 좋아하던 분이셨습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6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마련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이렇게 회고했다. 구 명예회장은 조 부회장이 과장이던 시절 그를 알아보고 발탁했다. 1989년 삼성전자에 빼앗긴 ‘세탁기 1등’ 자리를 되찾기 위해 ‘F프로젝트팀’을 구성했는데, 당시 조성진 기정(技正·과장급)에게 팀장을 맡겼다. 세탁기 개발실에는 박사 출신 연구원도 많았지만, ‘세탁기 장인’인 조 부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구 명예회장이 20년간 LG화학과 LG전자 공장을 돌아다니며 ‘공장밥’을 먹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설명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과 정의선 현대자동자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제공·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과 정의선 현대자동자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제공·연합뉴스

‘LG맨’ 총출동

조문 마지막 날인 이날 구 명예회장 빈소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현업을 떠난 조 부회장을 포함해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구 명예회장을 기억하는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은 “은퇴 뒤에도 회사 경영 말고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셨다”며 “천안 연암대 농장에 머물면서 농·축산 관련 인재 양성에 전념하신 이유”라고 말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부회장단과 올해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등 LG 사장단 30여 명도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들은 구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받들어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 부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한 데 대해 “콘텐츠 투자 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끈끈한 범LG가(家)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등 범LG가 총수들은 이틀째 빈소를 찾았다. 구자열 회장은 오전 11시30분께 LS그룹 사장단과 함께 조문했다.

허 명예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GS그룹 사장단은 오후 2시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허 명예회장과 허 회장도 이틀 연속 빈소에 들렀다. 허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은 “(구 명예회장과) 연배 차이가 있지만 집안의 큰 어르신이 가는 길에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고인의 부친 구인회 창업주와 허 명예회장의 조부 허만정 창업주의 동업은 2004년 GS그룹 계열분리 때까지 57년간 이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조문을 마친 뒤 “매우 신중하고 침착하셨던 분”이라며 “우리 집안과도 좋은 사이였다”고 떠올렸다. 손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맏아들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여사의 동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포함한 유족들은 오전 10시께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구 명예회장은 17일 화장(火葬) 후 경기도 모처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재연/김보형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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