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천 송도에 있는 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를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이 많았다. 평일 오전에는 사람 보기 어려운 대부분의 쇼핑몰과 달랐다. 이곳에 입점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홍창수 트리플스트리트 차장은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나들이 온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도 마찬가지였다. 지하 식품관과 같은 층에 있는 영품문고는 주말처럼 붐볐다. 이들 쇼핑몰은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 속에서도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송도의 이웃 송현아·송트리…인천의 대표 상권을 만들다
두 쇼핑몰 모두 실적 증가

‘송현아, 송트리 커플.’ 인천 송도 주민들이 이들 두 개의 쇼핑몰에 붙여준 애칭이다. 송현아는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트리는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의 줄임말이다. 송도 주민들은 이들 쇼핑몰을 하나의 상권으로 이해하고 있다. 두 쇼핑몰은 ‘경쟁’보다 ‘상생’하며 성장하고 있다.

현대가 2016년 4월 먼저 문을 열었다. 그해 약 600만 명이 방문했다. 매출 2300억원을 올렸다. 정확히 1년 뒤인 이듬해 4월 트리플스트리트가 문을 열었다. ‘방문객이 분산될 것’이란 우려는 빗나갔다. 현대아울렛은 그해 매출 3000억원, 방문객 900만 명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매출이 10% 더 늘어 330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는 3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트리플스트리트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작년 매출 1400억원을 거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800억원을 넘겼다. 이 흐름이면 올해 16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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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을 서로 채우다

경쟁 관계인 쇼핑몰 두 곳이 시너지 효과를 낸 이유가 있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효과가 있었다. 현대는 아울렛에서 보기 힘든 프리미엄 브랜드를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명품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아울렛 매장에 골든구스가 들어간 첫 사례다. 여간해선 아울렛에서 보기 힘든 스위스 패션 브랜드 아크리스와 보테가 베네타도 있다. 여기에 돌체앤가바나, 헨리베글린 등도 입점했다.

트리플스트리트는 상품이 완전히 다르다.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는 거의 없다. 현대와 경쟁하는 대신 없는 것을 채우는 데 주력했다. SPA 브랜드에 초대형 매장을 과감히 내줬다. 자라, H&M은 매장 규모가 각각 2314㎡와 2480㎡에 이른다. 국내서 가장 크다. 작년에는 스포츠레저 프랑스 SPA 브랜드 데카트론도 들였다. 첫 한국 매장이다. 1~2층 영업면적은 7800㎡에 달한다. 디스커버리, 아디다스, 언더아머, 데상트 등 스포츠 매장도 큼직하게 열었다. 현대는 30~40대, 트리플스트리트는 10~20대 위주로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갈렸다.

하나로 통하다

두 쇼핑몰은 하나로 통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 현대에 차를 대고 유모차를 빌린 뒤 트리플스트리트로 넘어가는 ‘엄마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주차, 유모차 대여 등은 현대가 편하고 가볍게 걸으며 밥 먹고 영화 보기에는 트리플스트리트가 좋기 때문이다. 트리플스트리트에는 송도 지역 내 유일한 영화관 메가박스가 있다. 가상현실(VR) 게임장 몬스터VR, 키즈카페 챔피언 등도 있다.

두 쇼핑몰 지하는 아예 하나의 공간이다. 현대 지하 식품관에서 트리플스트리트 식당가로 연결된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식당가는 사람으로 넘친다.

현대도 고민은 있었다. 차를 대고 트리플스트리트로 가는 사람들 탓에 주말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2100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에는 요즘 1만 대 가까이 몰리기도 한다. 구매 영수증 없이도 무료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료 전환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이렇게라도 사람들이 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관계자는 “지하철역(테크노파크역)에서 내려 트리플스트리트에 가려면 꼭 우리 매장을 지나야 한다”며 “이로 인한 집객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 거두들 사업 참여

두 쇼핑몰의 조합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애초 이 지역을 통째로 개발하려 했던 인천테크노파크가 사업을 중간에 접으면서 5년 넘게 방치된 적도 있었다. 201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쇼핑몰 사업은 재개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현대에 일부 땅을 내주고, 나머지 땅에 트리플스트리트를 지었다. 개발사(디벨로퍼)는 인천투자펀드 자회사인 에스디프런티어(SDF)로, 패션업계 거물을 주주로 끌어들였다. 패션 기업 한섬의 창업주 정재봉 회장, 스포츠 브랜드 EXR로 대박을 낸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쇼핑몰 운영도 서울 가산동 쇼핑몰 패션아일랜드 등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브라이트유니온 경영진 출신을 영입했다. 이들은 패션에만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집객에 매달렸다. 포켓몬 월드 페스티벌을 여는가 하면, 쇼핑몰 하늘에 형형색색 우산을 매달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그 결과 송도뿐 아니라 인천의 대표적 쇼핑 명소가 됐다.

안재광/오현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