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에 재무건전성 '빨간불'
수익 못내는 사업 정리·통폐합
토지·건물 등 매각해 현금 확보도
CJ그룹이 3년차 사원과 대리까지 포함하는 ‘권고사직’을 하고 있다. 임원 등 관리자 직급이 아닌, 3~5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건 이례적이다.
CJ제일제당 '비상경영'…인력·사업 구조조정 가속

1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을 포함한 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직급과 상관없는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 10월 시작한,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비상경영의 일환이다. 권고사직 대상이 된 직원들은 3개월분의 월급을 받고 퇴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노조가 없고 희망퇴직 및 명예퇴직 제도도 없다.

CJ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건 실적 악화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수년간 국내외 인수합병(M&A)과 대대적인 마케팅 등 외형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 공격 경영의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에 부채 비율이 올라가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7조원대이던 순차입금은 올 3분기 9조4752억원으로 늘었다.

CJ제일제당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된 CJ대한통운을 제외하면 본업인 식품,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의 매출은 2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3% 감소한 1810억원이었다. 올초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회사 쉬완스의 영업이익(259억원)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26.5% 감소한 셈이다. 국내 햇반 공장 증설과 가정간편식(HMR) 공장 신설 등 업계 최대 규모로 설비 투자를 했지만 예상보다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올해 4.9%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실적 악화는 경영 전략의 변화로 이어졌다. 올 10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CJ는 ‘질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 현금흐름 개선’으로 전략을 바꿨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통폐합하거나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현금 확보에도 나섰다. 이달 들어 CJ제일제당의 서울 가양동 토지와 건물, 구로공장, 인재원 등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화해 1조1328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수익성이 낮은 SKU(품목 수) 감축도 하나의 축이다. 상반기 5000개에 달했던 SKU는 11월 말 기준 4000개 선으로 줄었다. 가쓰오냉소바, 쁘띠첼 스윗푸딩 7종, 비비고 궁중김치, 한식우동, 해찬들 요리장 3종, 알룰로스 올리고당 등이 올해 단종됐다. 연말까지 총 1012개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14년과 2015년에도 SKU를 대규모 축소해 수익성이 향상된 경험이 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SKU 감축 초기에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1년 이내 수익성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에서도 파인다이닝(FD) 사업부가 인력 감축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외식 트렌드를 파악하고 실험한다는 목적으로 10여 개 매장을 운영해왔다. 모던한식 레스토랑 ‘소설한남’, 고급 중식 레스토랑 ‘덕후선생’과 ‘쥬에’, 일식 파인다이닝 ‘스시우오’ 등의 브랜드다. 지난해 4월에는 CJ푸드빌에서 운영하던 ‘몽중헌’도 넘겨 받았다. 이 레스토랑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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