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증세에 나서는 것과 달리 세계 주요국은 감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소비 여력을 키워주고, 기업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다.

세계는 '세금 인하' 경쟁 중인데…한국만 또 역주행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2차 감세’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공화당 행사에서 “추가 감세는 내 생각에는 모두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을 위한 상당한 감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17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지난해 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중반께 중산층 대상의 감세정책을 내놓기 위해 세부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1월 대선 전에 구체적인 감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 국가들도 감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는 올 9월 연매출 2억5000만유로(약 3305억원) 이하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기존 31%에서 28%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 개인의 연소득 9964~2만7519유로 구간에 부과하던 소득세율 14%를 11%로 낮추기로 했다. 적용 시기는 내년이 될 전망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세계 경제 둔화와 노란 조끼 시위로 위축된 투자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0년 28%였던 영국 법인세율은 점점 낮아져 올해 19%까지 내려왔다. 내년에는 17%로 2%포인트 더 낮추기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9월 말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VAT)를 10%에서 5%로, 파스타·과일 등에 매기는 VAT는 4%에서 1%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세금 인상도 전면 보류하겠다고 했다. 전임 정부 시절 VAT 최고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뜻이다.

세금을 많이 걷는 것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 스웨덴도 지난해 22%였던 법인세율을 2021년까지 20.6%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리스 역시 지난 9월 28%인 법인세율을 24%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각국이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세금 인하로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