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디자이너가 11일 서울 청담동 이상봉컬렉션 사옥에서 디자인한 옷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상봉 디자이너가 11일 서울 청담동 이상봉컬렉션 사옥에서 디자인한 옷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고등학생 작품을 보고 저도 놀랐지만 외국 사람들은 더 놀랍니다. 정말 학생이 디자인한 옷이 맞느냐고요.”

올해로 네 번째 열린 ‘고교 패션 콘테스트 with 이상봉’ 행사를 이끄는 이상봉 디자이너는 요즘 후학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이상봉컬렉션’을 선보이며 무대로 나왔다. 디자인에 한글을 적용한 옷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디자이너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매 시즌 옷을 내놓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신진 디자이너 양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묻자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유능한 미래 디자이너 양성이 중요”

이 디자이너는 “한글이 들어간 옷으로 해외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거의 몰랐다”며 “지금은 K패션이 유명해진 만큼 앞으로도 유능한 패션 디자이너를 더 많이 발굴해 해외에 진출시키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교 패션 콘테스트를 만들었다. 이 디자이너는 “지난 8월 네 번째 대회를 열었는데 총 90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몰렸다”며 “중국 디자인협회에서도 상을 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의 관심은 그에게 또 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앞선 세대가 세계 시장에서 활동할 새로운 디자이너 양성을 도와야 K패션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일본은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일본 문화를 알렸다”며 “패션은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고 일자리를 창출해내기 때문에 문화를 담은 패션 수출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유기도 하다.

패션은 산업이자 문화

그에게 한국적 아름다움을 어떻게 발굴하느냐고 물었다. 이 디자이너는 “공통적인 동양의 문화적 요소 가운데 특정한 소재를 한국 디자이너가 선점하면 그것이 곧 한국적 디자인이 된다”고 답했다. 선점과 대표성이 키워드였다. 그는 대나무를 예로 들었다. 해외에 나갔을 때 대나무 무늬를 보면 일본 또는 중국을 떠올리는 건 선점과 대표성 효과라는 얘기였다. 이 디자이너는 “한글을 보면 바로 한국의 문자라고 떠올리지만 동양의 비슷한 문화적 콘텐츠를 어느 나라 디자이너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표성이 달라진다”고 했다.

2006년 파리 패션쇼에서 한글 옷을 선보인 그가 생각하는 한국 디자이너의 역할도 독특하다. 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는 사회상과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의 최종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옷은 물론 이불, 가구, 패션소품 등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것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0월 현대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상봉컬렉션은 가격이 비싼 데다 종류별로 20~30벌가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입고 싶어도 못 입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29만원대 밍크 롱베스트, 9만원대 기모 블라우스 등을 내놨다. 7회 방송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였다.

이 디자이너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목표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2.3.0’ 매장을 명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가면 루이비통 매장에 꼭 한 번 들르는 것처럼 관광객이 청담동에 오면 ‘2.3.0을 들러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안효주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