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60대 이상·1∼17시간 위주 늘어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넉 달 연속 큰 폭으로 개선됐다.

11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3만1천명 증가해 넉 달 연속 30만명 넘게 늘어나고, 고용률은 같은 달 기준으로 23년 만에 최고를, 실업률은 같은 달 기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 연령대로 꼽히는 제조업과 30∼40대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가 엄동설한이다.

특히 40대 고용률은 10년 만에 최대폭 하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고용지표 개선이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재정 일자리로 뒷받침한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용지표 4개월째 호조지만…40대는 엄동설한
◇ 넉 달째 고용 서프라이즈…"40대 고용률 10년 만에 최대폭 하락"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세(33만1천명)는 60세 이상이 40만8천명으로 두드러졌다.

60∼64세가 16만7천명, 65세 이상이 24만2천명이나 됐다.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명, 50대는 6만5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30대 취업자는 2만6천명, 40대는 17만9천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48개월째 줄고 있다.

고용률을 기준으로 보면 전 연령대에서 상승했지만, 40대 고용률은 78.4%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2월(-1.1%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가 주력군인 도소매업과 제조업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탓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 취업자는 40만5천명 늘어 14개월 연속 증가하며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5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8만2천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7만7천명) 등에서 많이 늘었다.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가 상용직에 집중되면서 상용직 취업자는 59만3천명 늘어 2014년 2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반면에, 제조업 취업자는 2만6천명 줄어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 취업자도 7만명 줄어 감소 폭을 확대했다.

취업자 증가세가 단시간 일자리에 집중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38만6천명 증가하면서 2011년 9월(134만6천명) 이후 최대로 늘었다.

당시 조사 기간이 추석 연휴랑 겹치면서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이 3일에 그친데 따른 효과를 고려하면 사실상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정동욱 과장은 "17시간 미만 일자리는 노인 일자리가 포함되는 임시직이 대부분"이라며 "공공행정이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속하는 노인 일자리, 숙박음식점업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교육서비스업에 속하는 시간제 강사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의 질 개선의 근거로 삼았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6천명 줄어 같은 달 기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1998년 12월(-28만1천명)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4만8천명 늘었다.

◇ 정부 "고용회복 공고화" vs 전문가 "경기 나빠지는데 고용지표만 호조"
고용지표 4개월째 호조지만…40대는 엄동설한
정부는 3대 고용지표의 뚜렷한 개선 흐름이 4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고용시장 회복세가 한층 더 공고화하는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용회복 흐름이 시장에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고용의 양적 지표가 확연한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고용지표 개선이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재정 일자리로 뒷받침한 효과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지표 호조가)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은퇴 이후 노후대비가 부족해 일자리를 찾으려는 공급 측면 증가와 정부의 단기적인 고용대책이 결합하면서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10월까지 30∼50대 남성 고용률이 계속 하락했는데 이것이 경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며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17시간 미만"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자리는 40대를 중심으로 거의 박살이 났다"며 "예컨대 주 50시간 일자리가 있었는데 이는 사라지고 정부 지원으로 10시간짜리, 5시간짜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률이나 취업자 수는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고용시장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내년도 고용 전망도 밝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정부가 (고용) 부양책을 누진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효과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증가세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