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최대 규모
경기 둔화에 'K리스크' 우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4조7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13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북핵 리스크 등이 재부각되자 외국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심상찮은 외국인 자금유출…주식·채권 4.7兆 팔아치워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자금은 39억6000만달러(약 4조7100억원) 순유출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42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간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주식시장에서 24억4000만달러, 채권시장에선 15억2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외국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빼면서 원·달러 환율도 뛰고(원화 가치 하락)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말부터 이달 6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세계 13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가치 하락폭이 큰 것은 브라질 헤알화(-3.0%)뿐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8월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자’ 행보를 나타냈다. 이 기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51억6000만달러(약 6조14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1일간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4년 만에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국내 경기둔화와 기업 실적 부진 우려를 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한국에 대한 투자위험(K리스크)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MSCI 지수는 정기 지수변경(리밸런싱)을 통해 올해 5월과 8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리는 대신 한국 주식 비중을 줄였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도 비슷한 시기 한국 주식을 덜어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에 나섰다기보다 당분간 몸을 움츠리고 사태를 관망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던 수출이 12월에는 한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해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며 “한국 수출 증가율 등 지표 흐름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면 외국인 수급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순매도했다. 지난달 순매도 규모(15억2000만달러)는 올 1월(32억3000만달러) 후 가장 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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