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하계 노선 운항 계획이 안갯속에 빠졌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반년 새 반토막 난 가운데 항공업계는 내년 일본 노선 증편과 노선 다각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3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초라한 실적을 낸 뒤 허리띠를 졸라매던 항공업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는 1월 초·중순까지 내년도 하계 노선 운항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최종 운항 계획을 제출하는 기한은 내년 3월이지만 그 전에 항공청에 제출해야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업계는 내년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 개선 여부를 예측할 수 없어 일본 노선을 다시 늘려야 할지, 동남아시아 등으로 노선을 다각화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가는 하늘길은 이미 반토막이 났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 7월을 기점으로 국적 항공사 여덟 곳의 삿포로 노선은 주당 68편에서 32편으로 급감했다. 후쿠오카 노선도 주당 49편에서 22편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일본 노선이 전체의 절반(46%)가량을 차지하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LCC 관계자는 “수익성 차원에선 동남아 노선을 한 번 운항하는 것보다 일본 노선을 여러 번 운항하는 게 낫다”며 “일본 노선 급감으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초라한 성적을 낸 항공업계는 일제히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업계 1, 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LCC 1위인 제주항공 모두 무인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국내선 공항의 이코노미석 카운터를 없애고 모바일과 무인 발권기로 탑승 수속을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주항공도 지난달부터 국내선에 한해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을 하는 고객에게 3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해 무인화 서비스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0년 전 금융위기 때(652억원)보다 적은 543억원에 그쳤다.
대한항공은 임원 수의 20%를 줄이고, 지난달부터 3개월짜리 무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등 LCC들도 무급휴직 시행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의 무인 발권 시스템 ‘스마트 체크인’ 활성화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제주항공은 지난달 국내선 공항에서 스마트 체크인 캠페인을 시작한 후 10월 기준 11%였던 유인 카운터 수속 비중이 7.2%로 감소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올해 1월 기준 25%였던 국내선 모바일 탑승 수속 비중은 지난달 33.3%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무인 발권기를 이용한 탑승 수속 비중도 45.7%에서 57.8%로 증가했다.제주항공은 무안·광주공항을 제외한 국내선에 유인 카운터에서 수속을 하는 고객에게 3000원의 발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신분할인을 받거나 유아를 동반한 승객 등 모바일 탑승권 수속이 불가한 승객 △예약변경이 필요한 승객 △앞좌석 또는 비상구좌석 구매를 원하는 승객 등은 제외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스마트 체크인을 통해 대기시간을 줄이고 빠른 탑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스마트 공항을 구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노동자들이 원·하청 노동자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10일 촉구했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응 대책 회의 측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협력업체 노동자 전원의 고용 관계를 승계하라"고 요구했다.노조는 또 이번 '매각 사태'의 책임이 아시아나항공 총수 일가와 경영진, 산업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 주식 거래 중단, 매각 사태로 이어진 '부채 문제'는 총수 일가, 경영진, 산업은행의 책임"이라며 "박삼구 전 회장은 무리하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에 부채를 떠넘겼고, 경영진은 총수만 섬기며 무책임하게 경영했다"고 비판했다.또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감시와 견제는커녕 묵인과 방조로 사태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들은 "견실하던 기업을 부채 더미에 올려놓은 총수와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원·하청 노동자들은 피땀으로 현장을 지켰다"며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맡은 일에 자긍심을 갖고 일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항공 운영에 필수인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며 "다단계 하청 구조를 해소하고 사용자의 책임을 보장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