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8兆까지 불어나는데…'사회안전망 성과'만 강조하는 정부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고용보험 구직급여 지급액이 올해 사상 최대치인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행정통계로 본 2019년 11월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를 의미하는 구직급여 지급액은 59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1월 지급액은 7조4832억원에 달해 연간 누적으로 8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구직급여는 고용시장 위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 등 제조업에선 고용보험 가입자가 1만3000명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만큼 실직자가 늘어 실업급여 지급액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노인일자리를 중심으로 47만7000명 증가했다.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인 보건복지(6만6800명), 제조업(2만1300명), 공공행정(2만1000명), 사업 서비스업(2만500명) 부문에서 늘어났다. 고용부는 이번 자료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47만7000명 증가한 사실을 유독 강조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의 하나인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 사회안전망이 확충되고 근로여건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매달 중순 고용노동행정통계를 통해 고용보험 가입자 수와 구직급여 수급자 증감을 발표한다. 고용사정의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함께 고용실태를 파악하는 지표로 쓰인다. 고용사정이 나빠지는 부문을 확인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입자 수 증가만 강조해 반쪽 시각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구직급여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 10월부터 지급기준액 인상(평균 임금의 50%→60%)과 지급기간 연장(90~240일→120~270일)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을 요구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두루누리사업)을 추진한 성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당연히 구직급여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구직급여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은 중요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고용통계를 작성하는 목적은 노동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데 있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정책 목표는 물론 실업 대책, 고용위기 대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