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짐을 부치면 항공 수화물에 긴 종이 태그를 달아준다. 이 태그는 감열지(感熱紙)를 특수 코팅한 필름으로 물에 젖어도 잉크가 번지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이 감열필름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두리코 C&T는 이 분야 틈새시장 공략으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수화물용 감열필름을 비롯해 식품 포장용기에 부착하는 투명 필름, 태아를 관찰하는 초음파 필름, 잉크젯 전용 디지털 한지 등 다양한 특수필름이 주력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도 적극 공략해 수출국만 90여 개국에 달한다. 이 회사는 최근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김주완 두리코 대표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잉크젯 전용 디지털 한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김주완 두리코 대표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잉크젯 전용 디지털 한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특수필름 분야 강소기업 ‘우뚝’

두리코는 대우상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던 김주완 대표가 2001년 설립한 회사다. 초창기엔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06년 한솔제지로부터 경북 상주에 있는 감열필름 코팅 공장을 인수하며 코팅 전문 제조회사로 변신했다.

김 대표는 “당시 한솔은 감열필름을 사양산업이라고 판단해 공장을 매각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이 분야를 꾸준히 파면서 기술력을 키우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재정비를 거친 뒤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태아를 관찰하는 초음파 필름을 전국 산부인과에 공급한다. 국내 태아용 초음파 필름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국내 수요가 차츰 줄자 두리코는 꾸준히 신제품에 도전했다. 잉크젯 필름의 특성상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었다.

코팅 2호기에 투자해 2013년부터 수화물용, 식품용 등 라벨용 감열 필름을 생산해 해외시장도 뚫어나갔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제조와 해외 유통을 직접 한다. 제품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의 과거 종합상사 경험도 시너지를 낸다. 김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아서 시장 트렌드와 고객사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분야별 전문인력을 보유해 제품 판매뿐 아니라 종합 컨설팅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수출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두리코 "특수필름 틈새시장서 최강자 될 것"
세계 최초 디지털 한지 개발

2017년엔 세계 최초로 잉크젯 전용 디지털 한지를 선보여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지는 독특한 질감과 색감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사진 전문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일반 한지는 표면이 거칠고 섬유가닥이 길어 잉크가 잘 번져 잉크젯 출력용으로 쓰기 어려웠다. 두리코에서 개발한 한지는 남원과 전주의 전통한지 공장에서 받은 원단 위에 특수 코팅을 해 다양한 영역의 색감 표현이 가능하다.

‘마루한지’는 한지의 전통 질감을 살렸고, ‘구름 한지’는 은은한 구름무늬가 특징이다. 김 대표는 “한국 한지를 뿌리로 하는 일본 화지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전주 국제사진제에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두리코 한지로 출력돼 전시되는 등 ‘멋스러운 작품활동이 가능해졌다’며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김 대표는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의료용품 상자에 명화(名畵)를 인쇄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고수한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