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낀 사람을 처음 봤을 때 피식 웃음이 났다. 콩나물을 귀에 걸친 것 같았다. 이보다 3개월 전 삼성전자가 출시한 무선이어폰 ‘기어 아이콘 X’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꺼운 공기알 같은 걸 누가 살까’라고 생각했다.

요즘 길거리엔 무선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이 대다수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버즈’는 물량이 동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선이어폰은 ‘편리성’을 앞세워 필수 아이템이 됐다.

무선이어폰 시장은 애플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45%로 압도적이다. 샤오미(9%) 삼성전자(6%) 등이 뒤쫓고 있다.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작년 4600만 대 규모였던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내년 1억3000만 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무선이어폰 시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업체들도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국 업체 중엔 화웨이가 적극적이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의 실효성 있는 노이즈캔슬링(소음 차단) 기능을 탑재한 무선이어폰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은 에어팟과 판박이다.

LG와 구글도 참전했다. LG전자는 지난달 ‘LG 톤플러스 프리’ 판매를 시작했다. ‘메리디안 오디오’ 기술을 바탕으로 깨끗한 고음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약 5분 충전으로 최대 한 시간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구글은 내년 초 픽셀버즈 2세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음악 재생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선명한 통화 음질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는 게 구글 설명이다.

기존 강자인 애플과 삼성전자는 격차 벌리기에 힘쓰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29일 3세대 ‘에어팟 프로’를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비서 역할을 하는 ‘시리’ 기능이 지원되고 방수 기능도 있다. 지난 3월 ‘갤럭시 버즈’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스피커업체 삼성 하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음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이퀄라이저(각각의 음색을 혼합하는 장치) 기능을 활용하면 음악 장르에 따라 최적의 음색 선택이 가능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