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닛산차의 우치다 마코토(內田誠·53) 신임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프랑스 르노와의 경영통합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우치다 사장은 2일 요코하마(橫浜) 본사에서 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주주인 르노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장점을 추구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제한 뒤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과 경영통합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양사 통합을 추진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르노, 미쓰비시와의 기업연합을 닛산차의 강점으로 더욱 발전 시켜 매출과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르노는 의결권 있는 닛산차 주식 43.4%를 가진 대주주이고, 닛산차는 의결권 없는 르노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는 개인 비리가 드러나 일본 검찰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얼라이언스) 회장 재임 시절부터 양사 통합을 희망했지만 닛산차는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르노는 기술력이나 차량 생산 규모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닛산차와의 경영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닛산차는 경영통합이 이뤄질 경우 르노의 종속 회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곤 회장이 일본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경영통합을 추진하는 르노에 대항하는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전 사장이 주도한 일종의 '쿠데타'라는 설이 무성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수억원대의 보수를 부당하게 챙긴 의혹이 불거져 사임한 사이카와 전 사장의 뒤를 이은 우치다 사장도 경영통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르노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바라는 르노·닛산 간 합병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존의 중기 경영계획에 대해 "제대로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닛산차는 2017년 중국 합작사를 포함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매출 16조5천억엔, 영업이익률 8%를 목표로 하는 중기계획을 발표했다가 곤 전 회장의 비리 사건과 글로벌 시장의 판매 부진으로 올해 5월에 14조5천억엔의 매출에 영업이익률 6% 목표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새 경영진을 맞은 닛산차가 유럽과 미주 시장 등지에서의 판매부진 상황을 고려해 중기 경영 목표를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치다 사장은 향후의 주요 경영 과제로 계속된 할인판매와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부진에 빠진 북미 사업의 재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치다 사장은 또 새롭게 출범한 경영체제에선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고 사내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곤 전 회장 시절의 권위주의적 경영체제가 사내 비리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론과 반론이 허용되는 회사 풍토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도시샤(同志社)대학 출신인 우치다 사장은 상무집행 임원 등을 거쳐 2018년 4월부터 전무로 중국 사업을 총괄하다가 사이카와 전 사장의 보수 부정 수령 논란이 불거진 지난 9월 내정 절차를 거쳐 이달 1일 공식 취임했다.

이날 회견에는 우치다 사장과 함께 닛산차 경영진의 새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는 아슈와니 굽타(49)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세키 준(關潤·58) 부(副)COO도 참석했다. 닛산차가 34.0% 지분을 가진 미쓰비시자동차의 COO에서 닛산차로 자리를 옮긴 굽타 COO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실적을 꾸준히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고, 세키 부COO는 "생산 현장과 경영진 사이에 생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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