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최태원 SK 회장에 맞소송
최태원 회장, 2015년 혼외자 공개 2017년 이혼 소송
노소영 관장, 재산분할 등 요구
노소영 "가정 지키려 애썼지만…치욕의 시간"
최태원 회장(사진 왼쪽)과 노소영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사진 왼쪽)과 노소영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과 이혼을 거부해왔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일 이혼소송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노 관장은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위자료 청구,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노 관장은 지금까지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혼을 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SK 주식 종가 기준(25만3500원) 1조3000억원 정도다. 노 관장은 이와 별도로 위자료 3억 원도 요구했다.

이날 반소를 제기한 노 관장은 페이스북에 "저의 지난 30년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며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지만 이제 그 희망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관장은 "이제 큰딸도 결혼해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며 "이제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올해 9월 기준 SK 주식 1297만 547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지분의 18.44%에 해당한다. 이혼 소송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혼외자 존재와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힌 뒤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 관장이 이혼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면서 조정에 실패했고, 지난해 2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됐다.
최태원 SK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1988년 결혼한 이후 SK그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퇴임 이듬해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을 인수했고,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8년 말 기준 그룹 자산총액은 293조원에 달한다.

노 관장의 경우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통신, 에너지 사업 운영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법률상 재산분할이 어디까지 인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노소영 관장 입장 전문

저의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습니다.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큰 딸도 결혼하여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삼십 년은 제가 믿는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저의 남은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습니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저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노소영


다음은 이혼의사를 발표한 최태원 회장 편지 전문 (2015년)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입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 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저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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