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1190원대로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져서다.

4일 오전 9시22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6원 급등한 1191.8원에 거래되고 있다. 10월10일 1190원을 밑돈 지 50여일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극심한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월 2일만 하더라도 1206원에 머물렀던 원화는 한 달 만인 11월 4일 1150원대에 진입했다. 불과 보름여 만인 11월20일 1170원대에 진입한 원화는 이날 1190원대로 재차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은 배경은 트럼프의 발언에 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 데드라인은 없다"고 했다. 중국과의 합의를 미국 대선인 내년 11월 이후까지 기다리는게 낫다고도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을 복잡하게 이끌고 가고 있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합의 관련 발언을 내놓은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여전히 백악관에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만약에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을 두고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 하는 등 원화에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다"며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역송금 우려를 낳아 환율에 부담"이라고 했다.

다만 연말을 앞두고 외환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급등을 원치 않아서다.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