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진문 SBI저축은행 사장

'高금리 장사'는 오래 못 간다
중금리 대출 처음 도입해 고객 확대
50% 가깝던 연체율 2%대로 낮춰
저축 이자는 한푼이라도 더 주고
대출금리 낮추는 금융 기본에 충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저축은행업(業)의 본질은 현재와 과거를 잇는 것입니다. 여유자금이 있는 50대 이상 고객에게서 예금을 받아 자금이 필요한 20, 30대에게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정진문 SBI저축은행 사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대를 연결하는 ‘뉴트로(새로움+복고) 뱅크’가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여 년간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삼성카드 현대카드·캐피탈 등 금융업에서 30년을 보냈다.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다부졌고, 말에도 거침없었다. 그는 2014년 리테일마케팅 총괄본부장(부사장)으로 SBI저축은행에 합류한 당시를 떠올리며 “연 3% 이자를 주고 예금을 받아 연 30% 금리로 되파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다른 금융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만 찾아오고, 연체율은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2016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연체율이 50%에 육박했던 SBI저축은행을 확고한 업계 1위로 이끌었다. 정 사장은 “당시 회사 정상자산이 2조4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올 연말에는 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연체율은 2%로 낮아졌다. 지금은 일반 명사가 된 ‘중금리 대출’이라는 단어를 저축은행업계에 도입한 것도 정 사장이었다.

인터뷰 도중 정 사장은 ‘기본’ ‘본질’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그는 “저축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주고, 소비자가 빌려가는 대출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는 ‘금융의 기본’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SBI저축은행에 몸 담은 지 6년여가 흘렀다. 가장 중점을 둔 전략은.

“‘고금리 장사’를 지속할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생각한 게 ‘중금리 대출’이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도 쓰는 용어로 일반화했지만 이 단어를 처음 쓴 건 SBI저축은행이다. 모두 법정 최고금리를 받던 2016년 당시 연평균 9.9% 금리를 앞세워 기존에 저축은행을 이용한 적이 없는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고민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데.

“전체 대출 자산의 40% 전후다. 리스크가 적지 않은 분야다. 담보인정비율(LTV)을 80~90%까지 적용하는 대출도 10~15%가량 된다. 다행스럽게 경기가 좋았고 신용대출에서도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시절 대졸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의 역량이 우수했다. 지금도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리테일(여수신) 역량이 뛰어났다.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가 된 건 이들 책임이 아니었다.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갖추고 있었던 점도 영업에 효과를 발휘했다.”

▷대주주(일본 SBI홀딩스)는 어떤 주문을 했나.

“윤리경영원칙을 지키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라’는 것 외엔 철저한 ‘자율경영’이었다. 한국 회사는 한국인에게 맡기는 게 맞는다는 얘기다. 지금도 최고재무책임자(CFO) 외엔 파견 인력이 없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사이다뱅크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주문한 건 두 가지다. 카카오(뱅크)에 버금가는 서비스와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가치를 담자고 했다. 앱의 편리함도 중요했고, 이자를 높게 쳐주는 보통예금을 담는 데도 신경을 썼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 ‘플러스알파’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이다뱅크 비대면 예금은 별도 조건 없이 최저 연 2%의 이자를 준다. 1년 후 만기까지 묵히면 0.5%포인트를 더 준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디지털 혁신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CSS를 정교화하고 있다. 최근 2.0 버전을 도입했고, 내년에는 3단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 8대를 들여와 단순 업무를 연 2만 시간가량 단축했다. 오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업권 간 중금리대출 경쟁이 치열하다.

“초반에는 저축은행이 선도했지만, 앞으로가 고민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가이드라인을 평균 연 16%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신규 신용대출 월 취급액은 5000억원 안팎이고, 캐피털 업계가 1조원, 카드회사는 3조원가량을 다룬다.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 경쟁을 통해 이자율이 낮아지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저축은행 규제가 적지 않다.

“단일 차주에 대해 100억원까지만 대출해줄 수 있는 규제도 있고, 영업권 규제도 있다. 지역규제는 온라인 금융시대와 맞지 않다. SBI저축은행도 부산·경남 지역엔 지점이 없지만 온라인으로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은 영업 절반을 지역에서 소화해야 하는 조건을 달성하기 힘들어 수도권 진출을 못하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은.

“아직 ‘저축은행’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많다. 저축은행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할 순 없다. 2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 1위를 유지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저축이 저축은행의 기본이다. ‘저축가요 캠페인’ 등의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B 강화 전략은.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국내보다 해외로, 주식과 채권보다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회사의 미래상은.

“50대 이상 고객의 여유자산을 ‘살아 있는 돈’으로 만드는 뉴트로뱅크다. 연령이 높은 고객에게 모바일 뱅킹을 강요하긴 어렵다. 이들에겐 오프라인 창구로, 젊은 층에는 사이다뱅크로 다가가야 한다. 현재 20개인 개별 지점을 더욱 강화해 50, 60대 고객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금융 사랑방’으로 만들 계획이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한 혁신도 추진할 것이다.”

송영찬/김대훈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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