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약처 허가 획득
6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국내에서 700여차례 임상
6조 세계 시장 공략 나서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은 의사의 손으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80대 이상 환자는 회복하기 힘들다. 1990년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복강경 카메라로 보면서 의사가 일자형 수술기구로 집도하는 복강경수술이 도입되면서 고령 환자에게도 수술 기회가 늘어났다. 지금도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일자형 수술기구의 경우 관절이 없어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하기 어려워 정교한 수술을 위해서는 구멍을 여러 개 뚫어야만 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리브스메드는 일회용 다관절 복강경수술기구 ‘아티센셜’을 개발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2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분당테크노파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는 “복강경수술에서 일자형 수술기구를 쓰면 긴 젓가락으로, 아티센셜을 사용하면 손가락으로 수술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가 2일 성남시 야탑동 사무실에서 복강경수술기기 ‘아티센셜’을 들고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가 2일 성남시 야탑동 사무실에서 복강경수술기기 ‘아티센셜’을 들고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직관적 움직임 구현해 고도화

일자형 복강경수술기구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 일부 선보였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내놓은 수술로봇 ‘다빈치’가 대표적이다. 다관절을 도입해 직접 의사가 손으로 수술하는 것 같은 직관적 수술이 가능해졌다. 병원 등에서 다빈치를 앞다퉈 적용하면서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환자는 수술실에 누워 있고, 의사는 대형 로봇기기를 조종해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조종 로봇과 동작 로봇이 분리돼 의사들이 수술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로봇 한 대에 40억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수술비가 크게 올라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위암 수술의 95%를 복강경수술로 할 정도로 대중화했지만 이 가운데 로봇을 이용한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가 일자형 기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다관절로 이뤄진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창업했다. 다빈치에선 분리돼 있던 조종 로봇과 동작 로봇을 하나로 합친 간결한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2017년 끝부분에 달려 있는 집게를 벌릴 수 있으면서 손목처럼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는 아티센셜을 개발했다. 지난해 4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고, 올 6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리브스메드, 손목·손가락 관절 닮은 수술기구 국산화…실제 손으로 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복강경 수술

“글로벌 의료시장 공략하겠다”

아티센셜이 실제 수술에 적용되며 의사들 사이에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안상훈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 이후 600여 차례 수술했고, 김창현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최근 3개월 만에 100여 차례 수술을 진행했다. 안 교수는 “일자형으로 다시는 못 돌아간다”며 “아티센셜은 다양한 각도로 수술할 수 있어 일자형에 비해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SAGES)가 아티센셜을 혁신기술로 선정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현재 6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일자형 복강경수술기구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 시장은 미국이 5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유럽 20%, 일본 10%, 한국 1.5% 순이다. 미국에선 올 4월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10월엔 첫 임상 적용에 성공했다. 유럽에선 지난달 허가를 받았고 영국에서 첫 임상 적용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직접 손으로 조작하는 다관절 복강경수술기구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며 “올해 매출은 10억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선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가 난 만큼 내년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대에서 의공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이 대표는 “치료용 의료기기 시장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의료기기의 고도화, 대중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성남=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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