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746개 vs 1만3696개.’

국내 편의점 시장의 ‘양강’ CU와 GS25의 지난 10월 말 기준 매장 수다. 50개 차이로 CU가 GS25에 앞선다. 비율로는 0.3% 수준. 이 0.3% 때문에 CU는 편의점 1등으로 불렸다. 10년 넘도록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이 수치 때문에 CU는 “점주와 상생하라”는 압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정치인들까지 CU 본사를 찾아와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속’은 GS25가 챙겼다. 점포당 평균 매출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GS25는 CU 대비 매장 평균 매출이 약 11%나 높다.
GS25 매출 1위 비결…수도권 공략·점주와 상생
GS25 수도권에 많은 매장

2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GS25의 점포당 연 매출은 6억7202만원에 달했다. CU는 점포당 평균 매출이 6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5억9312만원으로 GS25에 비해 11.7% 적었다. 매장 수가 2500여 개에 불과한 미니스톱(6억753만원)에도 밀렸다. CU는 2017년에는 6억308만원을 기록했다. 평(3.3㎡)당 매출로 계산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GS25는 3129만원, CU는 2694만원이었다. 13.8% 차이다.

GS25와 CU의 점포당 평균 매출이 10% 넘게 벌어진 것은 매장이 있는 지역 분포의 차이 탓이다. 경상, 전라, 충청 등에서도 CU가 GS25를 모두 앞선다. 유일하게 CU가 GS25에 뒤처지는 곳이 수도권이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CU의 점유율은 약 33% 수준. 35.5%에 이르는 GS25에 비해 2.5%포인트 낮다. GS25는 매출이 잘 나오는 수도권에 신규 출점을 집중해 실속을 챙겼다는 얘기다.

커피 등 상품도 영향

GS25의 점포당 매출이 높은 이유는 또 있다. 24시간 영업을 경쟁사에 비해 많이 한다. GS25의 24시간 운영 매장 비중은 전체의 약 86% 수준이다. 100곳 중 14곳 정도만 심야에 문을 닫는다. 이에 비해 CU는 이 수치가 80%에 불과하다. GS25는 24시간 운영 매장에 지원을 몰아준다.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고, 신선식품 폐기 지원금도 대준다.

상품면에서는 원두커피 덕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GS25의 원두커피 ‘카페25’는 작년 한 해에만 9200만 잔이 팔렸다. GS25는 매장 약 1만 곳에 1300만원짜리 커피머신 ‘유라 에스프레소’를 보급했다. 감소하고 있는 담배 매출을 원두커피가 일부 상쇄하고 있다.

여기에 점포의 운영 효율화 작업도 효과를 보고 있다. GS25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7000여 개 점포를 새롭게 단장했다. 간판을 새로 달고 고객 동선을 넓혔다.

점주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했다. 수익 배분율을 기존 대비 8%가량 높이는 등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본사 수익을 일부 떼서 점주들에게 주는 ‘상생 대책’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편의점업계 재편 가능성

점포당 매출, 3.3㎡당 매출은 가맹점주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다. 이 지표가 최근 더 주목받는 것은 업계 재편 가능성 때문이다. 내년부턴 계약기간 5년을 채운 점주가 급증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내년 2974개, 2021년 3617개, 2022년 4213개가 재계약 대상이다. 향후 3년간 총 1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이마트24는 빠져 있다. 최소 1만 개 넘는 점주들이 프로야구로 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것이다.

업계에선 GS25로 이들이 쏠릴 것을 우려한다. 이들은 신규 가맹 점주와 달리 ‘즉시 전력’감이어서 더욱 파괴력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 매출 200만~300만원의 ‘우량 점주’가 이동하면 신규 매장 다섯 곳을 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