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창업 활성화, SW생태계 육성에 달렸다"
“중국에선 매일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어요. 그중 91%가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하는 촹커(創客: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창업자)죠.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 정책이 먹히려면 SW 생태계 육성에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62·사진)이 SW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일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2019 SW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다. 조 회장은 SW산업협회 명예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훈장 등급을 1등급인 금탑산업훈장으로 높였다. SW산업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SW 개발자 출신으로는 조 회장이 첫 금탑산업훈장 수훈자가 됐다.

이날 서울 서초동 비트컴퓨터 사옥에서 만난 조 회장은 “‘전체가 좋아야 부분이 좋다’는 평소 생각대로 기업이 사회와 더불어 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비트교육센터를 세워 개발자를 양성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90년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인 비트교육센터를 설립한 뒤 수천 명의 고급 SW 개발자를 양성해 SW 생태계의 초석을 닦았다. 이 교육센터에서는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1600시간에 달하는 교육과정을 거치면 상당한 수준의 개발자로 거듭난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지난달까지 8927명에 이르는 개발 꿈나무들이 여길 거쳐갔다.

조 회장은 SW 교육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18년 기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졸업자는 55명인데, 동일 전공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자는 739명으로 10배 이상”이라며 “간단한 코딩도 못 하는 컴퓨터공학과 졸업자가 수두룩해 입사해도 비트교육센터로 보내 재교육시키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한국은 미국, 중국에 비해 지나치게 SW 교육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배경을 “낮은 수준의 개발자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SW 개발자의 수준이 변변치 못하다보니 회사가 성장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월급을 주지 못하니 경쟁력 있는 지원자들이 입사를 꺼리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됐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실무 중심으로 교과목을 구성하는 중국처럼 대학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1983년 한국 최초의 SW 전문 개발회사이자 벤처기업 1호인 비트컴퓨터를 창업했다. 36년간 의료정보·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왔으며 SW 발전과 수출에 기여했다.

김남영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