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TC 등 현금 복지 확 늘렸지만
노인 빈곤층 되레 늘어 '밑빠진 독'
"취약가구에 지원 집중해야 효과"
문재인 정부의 ‘노인 빈곤 완화 정책’은 크게 두 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가 노인일자리 확대고 나머지 하나가 현금성 복지 강화다. 예산으로만 따지면 복지 강화에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7년 8조960억원(집행 기준)이던 기초연금 예산을 지난해 9조2440억원으로 늘렸고 올해는 11조4952억원까지 높여 잡았다. 올해 노인일자리 예산(1조7495억원)의 여섯 배가 넘는다. 이 예산도 모자라서 올 9월 ‘국가 비상금’인 예비비 1253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기초연금 11.6兆 풀고도…노인 빈곤문제 못 풀어

또 다른 저소득층 복지인 근로장려금(EITC) 제도도 크게 확대했다. EITC는 연소득이 2000만원(1인 가구 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에 최대 연 1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EITC 지급액은 2017년 1조2034억원에서 올해 4조9552억원으로 네 배 넘게 뛰었다. 이 제도는 연령 요건이 없긴 하지만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60세 이상이란 점에서 노인 복지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런 세금 퍼붓기에도 노인 빈곤은 더 악화됐다. 60세 이상 노인 가구 가운데 월소득이 중위소득 50%에도 못 미치는 가구는 올 2분기 45.8%로, 2년 전(44.6%)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올 2분기 중위소득이 209만2000원이었으니 노인 가구의 46%는 월소득이 105만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여유 있는 노인까지 골고루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 기조가 재정 지출을 늘리고도 효과를 못 내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22%에게만 기초연금을 주는데 한국은 70%까지 지원한다”며 “정말 가난한 가구에 지원을 집중해야 노인 빈곤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원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지원 수준만 높이고 있다. 지난해 기초연금 지급액을 한 달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렸다. 올해엔 소득하위 20%는 30만원으로 인상했다. 2021년엔 전체 대상자에게 3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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