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프리미엄급 '메이트 30' 내놔

中시장 '애국심 마케팅'에 의존
구글 OS 제한…해외선 한계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요 반도체 칩을 미국산에서 중국산 등으로 다변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미국’한 화웨이의 새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메이트 30’은 지난 9월 말 출시 이후 두 달여간 중국에서 700만 대 넘게 팔리는 등 선전하고 있다. 다만 구글의 정식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활용할 수 없어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선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휴대폰 연구소인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 등이 화웨이의 메이트 30을 분해해 분석한 결과 미국산 부품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ON반도체가 납품하던 전원관리 칩은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대만 미디어텍이 공급한다. 디지털 신호를 소리로 바꿔주는 오디오 앰프의 공급자는 미국 시러스에서 네덜란드 NXP로 바뀌었다. 특히 하이실리콘은 상당수 대체 부품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자 화웨이를 거래차단기업 목록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제재 직후 퀄컴과 인텔 등은 거래를 끊었지만, 화웨이 의존도가 높은 일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냈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주력 스마트폰을 미국 업체 부품을 빼고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WSJ는 “거래 제한 조치는 화웨이를 고립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기술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미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라고 전했다.

화웨이는 애플의 ‘아이폰 11’에 대항하기 위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 메이트 30을 개발했다. 중국에서 ‘애국심 마케팅’에 힘입어 출시 두 달 만에 7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안드로이드를 구글과의 정식 계약 버전이 아닌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개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나 구글 맵 등 구글의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탑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외 지역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1년 가까이 자택에 구금돼 있는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 카드가 됐다고 주장했다. 미 검찰은 멍 부회장과 화웨이를 은행 사기, 기술 절취, 이란 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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