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껴안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껴안고 있다. LG전자 제공
지난해 LG그룹 인사의 주인공은 권봉석 LG전자 사장이었다. LG전자 역사상 처음으로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과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14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MC사업본부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올해 인사의 주인공도 권 사장이다. ‘LG 가전 신화’의 주역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를 선언한 후 뒤를 이어 LG전자를 이끌게 됐다. 56세인 그는 LG그룹 주요 6대 계열사((주)LG·전자·화학·디스플레이·유플러스·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젊다.

‘장인’으로 분류되는 조 부회장과 달리 권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력을 뜯어보면 전략, 연구개발(R&D), 상품기획, 생산 등 LG전자 전체 밸류체인을 두루 경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권 사장은 그룹에서 보기 드물게 기술과 마케팅 분야를 섭렵한 ‘융합형 전략가’”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권 사장이 새로운 리더로 적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의 경영전략 제1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김치찌개부터 돈가스까지 수십 가지 메뉴를 파는 식당은 품질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여 다시 제품 맛이 떨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 사장이 취임 전 적자였던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을 10% 가까이 끌어올린 것도 TV 모델 수와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를 맡은 뒤에는 경기 평택사업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생산 기지를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지난 3분기(7~9월) 영업적자가 전분기(3130억원)보다 50% 가까이 감소한 161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일하는 방식’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오랜 시간 사무실을 지키는 근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남보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그만큼 일찍 퇴근한다. HE사업본부장 시절에는 “사업부에서 나보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는 두 번 함께 일했다. 구 회장이 2014년 (주)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있을 때 권 본부장이 시너지팀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구 회장이 2018년 LG전자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상무)으로 근무할 때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