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의약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개발·생산하는 이니스트에스티가 최근 홍콩의 대표적인 제네릭 제약사 제이콥슨파마그룹으로부터 800만달러(약 94억원)를 투자받았다. 국내 원료의약품(API) 시장이 중국 인도 등의 저가 제품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 유치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의약품 원료 제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국현 이니스트에스티 대표가 26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회사 현관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국현 이니스트에스티 대표가 26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회사 현관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확보

이니스트에스티의 주력 제품 ‘레바미피드’는 위궤양약의 원재료로 이 회사가 99.9% 이상 고순도 정제기술로 생산해 일본 제약업체들에 수출한다. ‘타미플루’의 제네릭 독감치료제인 한미약품 ‘한미플루’ 주원료(오셀타미비르), 한미약품이 미국에 기술수출한 폐암치료제 주원료 등도 이 회사가 공급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과 ‘구구정’ 원료도 납품하고 있다.

이니스트에스티에 투자한 제이콥슨은 홍콩 현지에 공장만 12개를 보유한 업체다. 완제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시설과 유통망을 갖춘 회사로 품질이 우수한 원료의약품 합성 분야로 사업 다각화(협력사)를 모색하다 이니스트에스티에 손을 내밀었다. 이니스트에스티는 제이콥슨이 보유한 홍콩·대만·중국 등 중화권 유통망과 베트남, 캄보디아(제이콥슨이 현지 공장 신설 중) 진출 노하우를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국현 이니스트에스티 대표는 26일 “국내 3개 공장 중 충북 오송 공장은 비세포 독성 항암 특화 공장으로 내년 하반기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실사를 앞두고 있다”며 “이 같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력과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해외 업체의 러브콜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 후 제이콥슨의 이니스트에스티 지분율은 8.2%다.

이니스트에스티는 이달 홍콩 제이콥슨파마그룹에서 8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니스트에스티는 이달 홍콩 제이콥슨파마그룹에서 8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수직계열화로 글로벌 제약사 도약”

이니스트그룹은 동화약품에서 10여 년간 원료의약품 영업을 하던 김 대표가 1994년 동우약품(현 이니스트팜)을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원료의약품과 친환경 기능성 화장품 유통을 맡고 있는 이니스트팜, 원료의약품 제조사 이니스트에스티(2000년 설립, 옛 동우신테크), 완제의약품 제조사 이니스트바이오제약(2014년 인수) 등 3개사로 구성된다. 2014년 진로제약(JRP) 인수를 계기로 완제품시장에도 진출했다. 작년 기준 3개사의 총매출은 1253억원이다.

위탁 생산하는 240여 개 전문의약품 이외에도 무기력증 개선제(라라올라)와 비타민D 보충제(데칼시트) 등 자체 브랜드의 일반의약품(OTC)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1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됐고 ‘1000만달러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김 대표는 “원료 수입에서 출발해 원료의약품 독자 개발, 다시 완제의약품 제조사로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 중소기업은 없다”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간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