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 제공
사진=쿠팡 제공
‘도서산간 지역은 배송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문구다. 섬이나 산간벽지로는 아예 배송이 안 되는 제품이 많다. 배송 가능한 제품은 추가로 요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배송에 강점을 갖고 있는 쿠팡도 마찬가지다. 도서산간 지역 대부분은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이 안 된다. 로켓배송은 주문한 다음날까지 쿠팡 직원(쿠팡맨)이 직접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도서산간 지역은 쿠팡맨을 보내는 대신 현지 택배 회사를 활용했다. 배송시간은 로켓배송 대비 두 배 이상 걸렸다. 쿠팡은 이 ‘과제’를 풀기로 했다. 내년부터 제주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 제주 로켓배송 시작할 듯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쿠팡의 채용 공고.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쿠팡의 채용 공고.
쿠팡은 사람인 등 채용 사이트를 통해 쿠팡맨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전국 단위로 사람을 뽑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전라·충청·강원·경상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제주도 포함됐다. 쿠팡은 채용공고에 ‘제주도까지 로켓배송!’이라고 홍보했다.

쿠팡이 제주에서 쿠팡맨을 모집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로켓배송을 하지 않아 쿠팡맨이 필요없었다. 내년 상반기 처음으로 제주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쿠팡맨 모집과 교육, 물류센터 구축 등에 최소 3~4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도 제주에서 마련 중이다. 대규모 물류센터인 ‘풀필먼트센터’가 아닌, 중소 규모의 ‘쿠팡 캠프’로 알려졌다. 쿠팡 캠프에 제주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팔렸던 상품을 쌓아 놓고, 이 지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저귀, 물티슈 등 쿠팡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생필품 위주가 될 전망이다. 주문량이 많아지면 정식 물류센터를 열고, 로켓배송 상품을 확대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제주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와 서비스 범위 등은 현재 검토 중이다.

로켓배송 사각지대 없애

쿠팡, 적자에도 '닥투'…제주 로켓배송 뜬다
쿠팡이 제주에서 로켓배송을 시도하는 것은 배송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택배 회사를 쓰지 않고 직접 물건을 가져다줬다. 소비자들이 배송에 가장 불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대표는 집요할 정도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로켓배송이 소비자 만족도가 확 올랐다.

하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에만 1조원 넘는 적자가 났다. 쿠팡은 전국에 100개 넘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5000여 명의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는 데 수조원을 썼다. 그럼에도 제주 등 도서산간에선 서비스가 안 됐다. 이 지역은 택배 회사를 써야 했다. 쿠팡은 이를 늘 ‘숙제’로 여겼다. 제주 로켓배송을 추진키로 한 이유다.

쿠팡의 공격적인 확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 개선’ 요구를 받았다. 적자 규모가 너무 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이후 “쿠팡이 외형 성장을 당분간 포기하고, 수익성 위주로 영업을 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이었다. 쿠팡의 최대 투자자 비전펀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미국에서 최근 상장에 실패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일었다. 쿠팡도 이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쿠팡은 이런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쿠팡은 경기 고양에 최근 13만㎡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대구에선 이보다 더 큰 33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위한 공사도 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