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 가속화’는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경기 둔화와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회식문화 변화 등의 여파로 사업소득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내수 불황에 자영업 '빈곤의 나락'…사업소득 고작 월 89만원
지난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89만9800원으로, 작년 3분기(92만5600원)보다 4.9% 감소했다.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작년 4분기부터 네 개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표면적으로 사업소득이 줄어든 계층은 고소득층(소득 상위 60%)이었다. 최상위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는 12.6%(176만원→154만원), 4분위는 10.0%(117만원→106만원), 3분위(87만원→86만원)는 0.8% 감소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22만원→24만원)와 2분위(60만원→69만원)의 사업소득은 각각 11.3%와 15.7% 증가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세 자영업자가 ‘선방’한 덕분에 1~2분위 사업소득이 늘어난 게 아니라 3분위에 있던 자영업자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2분위로 떨어지는 식으로 차례차례 강등되면서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겼다는 얘기다.

분위별 직업 구성을 보면 이런 움직임이 한눈에 드러난다. 1분위의 경우 작년 3분기 △무직 53.5% △근로자 31.7% △자영업 14.8%에서 올 3분기 △무직 55.4% △근로자 28.1% △자영업 16.5%로 바뀌었다. 창업자금이 충분치 않은 기존 1분위 가구가 새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기보다 소득이 줄어든 2분위 자영업 가구가 한 계단 미끄러진 모양새란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비슷한 그림은 2분위에서도 나타났다. 근로자 가구 비중은 작년 3분기 58.5%에서 올 3분기 56.7%로 줄어든 반면 근로자 외 가구(무직자+자영업자) 비중은 41.5%에서 43.3%로 뛰었다. 3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2분위로 내려왔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영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고소득층의 직업 구성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빠지고 근로자 비중은 상승했다. 5분위의 근로자 비중은 작년 3분기 76.2%에서 77.3%로, 4분위는 67.1%에서 72.1%로 확대됐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