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디자인·크기 변화, 젊은 기함 표방

한때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성공'의 상징이었다. '잘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하면 그만이라던 광고 카피도 있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 3만3,000달러 시대가 열리고 그랜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가 됐다. 그랜저와 성공의 의미가 다시 해석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내놓은 답은 완전변경 수준의 부분변경이다. 플래그십의 지위를 유지하되 무게감보다는 세련된 감각을 가득 담은 것. 신형 그랜저는 그렇게 등장했다.

[시승]가장 흔하지만 갖고 싶은, 현대차 그랜저


[시승]가장 흔하지만 갖고 싶은, 현대차 그랜저


▲디자인&상품성
새 그랜저는 기존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내외관이 다 바뀌었다. 온전히 남은 것이라고는 1열 도어 패널 정도다. 전반적으로 면을 더 둥글게 깎아내 차가 작아 보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묶었다. 특히 그릴의 마름모꼴 패턴 일부는 주간주행등, 방향지시등으로 설정했다. 쏘나타에 활용한 히든 라이팅 램프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얼핏봐선 크롬 도금 재질로 보인다. 그릴의 마름모형 LED는 5쌍이 주간주행등으로 점등되는데 노란색의 방향지시등은 바깥쪽의 4개만 켜진다. 5개가 다 켜질 경우 멀리서보면 화살표 모양을 띠게 돼 자칫 선행차가 헷갈려할 수 있어서라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범퍼 아래와 양쪽의 흡기구 역시 마름모 패턴을 넣어 일관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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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은 40㎜ 늘어난 휠베이스를 강조했다. 수치상으론 작은 차이지만 캐릭터라인, C필러 등을 변경해 전반적인 비례가 달라진 분위기다.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인 캘리그라피로, 각 스포크에 4각형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의 19인치 전용 휠을 장착했다.

후면부는 우아함과 입체적인 구성을 담았다. 좌우로 길게 늘인 LED 테일램프는 거의 범퍼만큼 튀어나올 정도의 굴곡을 지녔다. 자세히보면 그릴과 휠에서 볼 수 있는 사각형 패턴이 새겨졌다. 트렁크 핸들은 현대차 로고 속에 숨겨 간결한 이미지 표현에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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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운전자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꾸며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넒은 공간감과 대시보드, 센터 콘솔, 시트 구성은 물론, 소재, 마감 등의 감성 품질도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천장과 기둥은 스웨이드를, 시트는 나파 가죽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고광택 패널로 이은 듯한 계기판과 터치스크린은 모두 12.3인치 크기를 쓴다. 하지만 비율이 조금 다르다. 원형 아날로그 시계 때문에 어색했던 센터페시아는 이제 정리가 잘 된 느낌이다. 가로형 송풍구는 비슷한 형태의 아우디폭스바겐이 것보다 투박한 마감이 아쉽다. 기어 레버는 버튼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센터 콘솔 아래엔 작은 수납공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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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더 넉넉해졌다. 휠베이스 확대가 온전히 여기에 집중됐다. 새 그랜저의 핵심 무기이기도 하다. 등받이 기울기를 지금보다 눕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좌석 중앙의 콘솔박스를 내리면 컵홀더와 오디오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 등이 나온다. 현대차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인 튜익스를 선택하면 앞좌석 등받이 뒤에 모니터와 빌트인 공기청정기를 추가할 수 있어 쇼퍼드리븐카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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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새 그랜저는 2.5ℓ 스마트스트림, 3.3ℓ의 두 가솔린과 2.5ℓ 하이브리드, 3.0ℓ LPi의 네 동력계를 탑재한다. 시승차는 3.3ℓ 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 290마력, 최대 35.0㎏·m를 발휘한다. 가속력은 이전 그랜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여유로운 출력으로 고속까지 밀어붙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함께 도심보다는 장거리 고속주행에 초점을 둔 설정이 이뤄졌다. 고속도로 중심의 짧은 시승동안 보여준 연료 효율은 ℓ당 9.4㎞다. 급가속, 급감속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 주행 효율은 낮지 않아 보인다. 인증 받은 효율은 9.6㎞/ℓ(19인치 휠 기준, 도심 8.3㎞/ℓ, 고속도로 11.7㎞/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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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성은 편안한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부드러움에 초점을 뒀다.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에 비해 나긋한 성능은 이 차가 그랜저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조향성은 직관적이고 가벼운 감각을 전달해 부담스럽지 않다. 새로 장착한 랙 구동형 MDPS의 영향이다. 고속 안정성은 휠베이스 연장 덕에 더 향상된 느낌이다.

소음·진동 대책은 대중 브랜드의 기함 이상 수준을 보여줬다. 윈드실드를 제외한 모든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채택한 덕분이다. 노면 소음이 올라오긴 하지만 그리 거슬리진 않는다.

부분자율주행은 이전보다 향상된 기능을 갖췄다.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은 이제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자유로, 올림픽대로 등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안정적인 주행이 일품이지만 10초 이상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경고가 떠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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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새 그랜저는 말 그대로 이름 빼고 다 바뀐 신차다. 어지간한 부분변경 제품에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흔히 부분변경을 0.5세대의 변화라고 하지만 이 차는 0.8세대 수준의 상품성 개선을 담았다.

이런 그랜저의 경쟁상대는 사실상 없다. 업계에선 동급의 기아차 K7을 그랜저의 경쟁자로 꼽지만 생산대수에서 이미 두 배 차이가 나 진정한 라이벌로 삼기엔 무리다. 현대차가 언급하기도 했던 토요타 아발론은 일제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다. 그래서 그랜저는 동급 경쟁을 벗어나 세단의 부활을 꿈꾼다. SUV를 포함한 RV에 빼앗긴 수요를 되찾겠다는 것. 현대차는 세단 이외의 차종에서 30%의 수요를 그랜저로 끌어들였다고 자체 결론을 낼 정도로 그랜저와 SUV의 관계에 신경 쓰기도 했다. 성공의 상징인 그랜저가 세단의 부활을 성공할 수 있을까? 가격은 3,294만~4,489만원(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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