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靑 정책실장, 경총 회장단과 간담회

손경식 "주52시간 보완책 미흡
공정법·상법 개정안도 걱정 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경총 부회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경총 부회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기업이 체감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기업인들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돼가는 현실을 바꿔달라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김상조 정책실장 초청 경총 회장단 정책간담회’에서다. 이날 간담회에 나온 기업인들은 지나친 규제와 친(親)노동정책 탓에 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김 실장은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개별 사안에 대해선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손 회장은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 사업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적극적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제도(근로시간 단축) 시행과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기업 규제 강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확대 시도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맞은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불리한 여건을 안고 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주52시간제 같은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 경영을 제약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여기에 최근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하위 법령을 개정하고 국민연금을 동원한 경영권 행사 확대까지 추진해 기업의 불안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규제 혁신,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법인세율 인하, 투자세액공제제도 확대 등을 요청했다.

김 실장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면서도 기존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혁신은 중요하지만 공정과 포용도 포기할 수 없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라며 “공정과 포용이 없는 시장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했고, 앞으로도 이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경총이 노력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비공개로 이뤄진 간담회에서 경총 회장단은 각종 애로와 건의사항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기업인은 “한국의 노사관계는 노조에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진정한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려면 사용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법과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노사문제가 터지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다른 참석자는 “상속세 문제는 부의 이전이 아니라 경영 이전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과도한 상속세율 때문에 경영을 포기하는 기업인이 많다”고 토로했다.

기업인들의 절절한 호소에 김 실장은 “잘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김 실장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지만, 정책기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겠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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