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은행 만나서 오해 풀 것"
“신탁 자체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은행 쪽을 만나 오해를 풀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20일 은행에서 고위험 사모펀드는 물론 신탁 판매까지 금지한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방지책이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공모와 사모를 구분하기 모호하다”며 “분리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은 장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에 언급한 상품은 사모펀드 중에서도 파생상품을 결합한 부분”이라며 “공모는 손대지 않는다”고 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공모 신탁 판매는 허용해달라는 은행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원금 손실 우려가 큰 파생결합펀드(ELF·DLF)와 신탁(ELT·DLT)은 사모 상품으로 해석해 은행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었다. 은행권은 판매 규모가 40조원을 넘고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주가연계신탁(ELT)까지 막히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반발해 왔다. 은행 관계자는 “은 위원장 말대로라면 공모 ELT는 팔 수 있다는 것이니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의결했다.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금융투자 상품 잔액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금융투자 계좌 잔액 산출 시 인정되는 금융투자 상품 범위를 주식과 A등급 이하 회사채 등으로 제한키로 했다. DLS 사태로 투자자 보호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문투자자 확대도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임현우/하수정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