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오천 지방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이 운영중인 공동폐수처리장 전경.
전남 여수 오천 지방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이 운영중인 공동폐수처리장 전경.
전라남도 여수 오천산업단지에 입주한 30여 개 식품가공 중소기업은 1982년 ‘여수오천산업단지식품가공사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공동 폐수처리장을 운영하는 등 산업단지를 함께 관리해 오면서 여수시청으로부터 폐수처리비 등의 명목으로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았다. 그런데 2015년 1월 지방재정법이 개정(제32조의2 신설)되면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게 불가능해졌다.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개별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방보조금 예산 지급이 가능해진 탓이다. 그 전까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자체 조례에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보조금 예산을 지급해 왔다.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법(제135조)에서는 주무관청에 한해 협동조합에 보조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신 조합의 주무관청이 아닌 다른 정부 부처나 기초지자체 등은 중기협동조합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

중소기업계에선 “중기협동조합법에선 중소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이들로 이뤄진 협동조합이나 사업조합, 연합회 등에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도 “오직 주무관청과 광역지자체만 보조금 교부가 가능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사업협동조합은 대부분 산업단지, 전통시장 등에 결성돼 있어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 및 상권 활성화 등에 기여한다”며 “기초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기초지자체를 업무구역으로 하는 사업협동조합은 전국 350여 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 등 업계는 중기협동조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주체를 확대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주체를 현재의 주무관청(중소벤처기업부) 및 광역지자체에서 중앙행정기관과 기초지자체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이용주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이 대표 발의한 중기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산단의 폐수처리는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워 협동조합에서 공익적 필요에 따라 추진한 사업인데 지원이 없다는 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사업협동조합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지방산단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국가 및 공공단체의 경비 보조 근거 조항을 갖고 있는 농업협동조합법과 협동조합기본법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농업협동조합법(제9조)에서는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 등과 중앙회의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가나 공공단체는 필요한 경비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