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제공)
(사진=제주항공 제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2분기에 이어 최성수기인 3분기에도 줄줄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쟁 심화 속 일본여행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이 발목을 잡은 결과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영업적자 규모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한 전망치(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집계 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 영업적자 133억원)를 크게 웃돌아 '어닝 쇼크'(실적충격)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301억원을 기록했다. 리스부채가 외화부채로 기록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194억원 발생한 여파다.

3분기가 성수기임에도 일본여행 불매운동 영향으로 국제선 탑승률과 단가가 모두 부진했다. 제주항공의 3분기 달러 기준 국제선과 국내선 단가는 각각 22.2, 12.1%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선, 중국 등 일부 노선에서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됐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발(發) 역풍이 본격화돼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예상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거뒀고 내년까지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부진한 실적에 대해 "탑승률 방어를 위해 단가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라며 "일본 노선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대체 노선인 동남아 노선 역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에어티웨이항공 역시 3분기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에 각각 131억원, 10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실은 각각 181억원, 215억원을 기록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에 대해 "상반기 여객 매출의 42%에 달하는 높은 동남아 노선 비중을 통해 일본 노선 수요 부진을 다소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제선 RPK(유임여객킬로미터)가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했다"며 "당초 예상을 큰폭으로 하회하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재 확대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여객 확보를 위한 운임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며 "티웨이항공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리스부채 환산손실로 인해 당기순적자 215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4분기 LCC업계의 실적이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년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분기는 수요가 둔화하는 비수기이고, 7월에 시작한 일본 여행 불매운동 영향도 9~10월로 갈수록 심화됐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손실이 나면서 비수기인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일찌감치 사라진 모습"이라며 "근거리 국제선은 LCC 중심의 공급과잉이 더 문제인 만큼 이익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급 구조조정이나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시장 재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실적을 바라보면 기저효과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양대 국적사를 저비용항공사보다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승 연구원은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 자본 잠식 등의 한계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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